[김영호의 월요논단] 2022 휘트니 비엔날레 소견

[김영호의 월요논단] 2022 휘트니 비엔날레 소견
  • 입력 : 2022. 08.29(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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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뉴욕의 휘트니 비엔날레는 세계 3대 비엔날레의 하나로 소문난 전시다. 베니스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더불어 현대미술의 실험실로 소개된다.

1895년 문을 연 베니스 비엔날레가 유럽 중심의 미술을 국제적으로 공인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고, 1951년 창설한 상파울루 비엔날레가 남미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해 왔다면, 1973년 출발한 휘트니 비엔날레는 미국 현대미술의 위상을 확립하고 자국의 청년 작가를 발굴하는 것으로 목표로 삼은 미술제라는데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휘트니 비엔날레는 1932년 연례 전시(Whitney Annual)로 시작돼 1973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Whitney Biennale)로 개편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휘트니 비엔날레는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이 주관하는 비엔날레다. 미술작품을 수집 연구하는 미술관의 기능뿐만 아니라 매년 예술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인큐베이터의 역할이 비엔날레로 이어진 것이다. 에드워드 호퍼, 잭슨 폴록, 조지아 오키프, 마크 로스코, 신디 셔먼, 바버라 크루거, 줄리앙 슈나벨 등의 거장들을 배출해 왔다.

휘트니 미술관은 비엔날레를 치루면서 현대미술의 메카로 부상했다. 1980년대에는 지역문화 허브 역할을 하며 여성과 소수인종 작가들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에이즈와 섹슈얼리티 등의 사회적 문제를 다뤘다. 1993년에는 휘트니 비엔날레의 전시가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며 광주비엔날레 탄생의 기폭제가 됐다. 1997년부터는 미국 시민뿐만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 초대작가의 범위를 확대하고, 외국 큐레이터에게도 전시기획을 맡기고 있다.

2010 비엔날레는 여성작가 수가 남성보다 많았던 최초의 전시회로 기록된다. 2015년부터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허드슨 강변의 건물로 새 둥지를 틀었다. 1931년에 태어나 1966년 맨해튼의 매디슨가를 거쳐 지금의 하이라인파크가 있는 갱스부르트가로 안착했으니 휘트니의 역사는 90년이 넘는다.

금년 휘트니 비엔날레(4월 6일~9월 5일)는 베니스 비엔날레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해가 연기돼 2019년 이후 3년만에 치루고 있다. 주제는 '그대로 조용히(Quiet as It's Kept)'로 정했다.

펜데믹 시대를 사는 예술가들의 도전과 복잡성 그리고 가능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작가 63인의 작품들이 선보였는데, 한국인 교포이자 문학과 영화 장르를 넘나들었던 차학경(1951~1982)의 작품들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휘트니 비엔날레가 우리에게 타산지석인 이유는 동시대의 문화 실험실이라는 비엔날레 본연의 기능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 외에도, 미술관이 주관하는 비엔날레의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 있다. <김영호 중앙대교수·한국박물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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