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선주인데도 파도가 무서워 배 포기할 정도였다"

[르포] "선주인데도 파도가 무서워 배 포기할 정도였다"
서귀포시 해안변 대정·안덕·강정·남원포구 피해 속출
일부 농경지 침수 발생… 감귤 낙과·하우스 파손 적어
  • 입력 : 2022. 09.06(화) 13:45
  • 백금탁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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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포구에서 만난 장훈(66) 대평선주회 회장이 지난밤 태풍 힌남노의 위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올해 초에 마친 석축공사(사진 오른쪽)가 아니었다면 피해는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라일보] "60평생 이렇게 큰 파도는 처음봤다. 배를 타는 사람인데도 파도가 얼마나 큰지 포구에서 배를 지키는 것도 무서워 배를 포기하고 집으로 도망을 갈 정도였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오전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포구에서 만난 장훈(66) 대평선주회 회장은 지난밤의 '악몽'을 이같이 말했다.

장 회장은 "고비였던 어젯밤(5일) 9~10시쯤에 가장 바람이 세고 파도도 높았는데, 파도가 도로 위까지 올라와 어선주사무실 앞에 정박했던 배가 줄이 끊기며 사무실을 덮쳤다"며 "사무실 유리창이 깨지고 냉동기 실외기도 파손돼 당장 미끼를 어떻게 보관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어선주인 성창훈(67)씨는 "지난밤 항내에서 요트 계류장이 전복됐고, 줄이 끊김에 따라 선박과 부딪혀 구멍을 낼 수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신속한 안전조치로 항내에 있던 제 배를 포함해 어선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했다.

패해 복구작업 중이던 박인동(55) 안덕자율방재단 부단장은 "월파 피해는 심했으나, 다행히 예상했던 것보다는 전반적으로 주택·상가·농경지 침수 등에 대한 피해가 덜한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대평포구 인근의 예래해안도로는 그야말로 쑥대밭을 연상케했다. 해안가에 있던 자갈과 돌덩이들이 파도에 밀려 도로를 덮쳤고, 해안도로를 따라 조성한 화단도 모두 파손돼 흙이 도로로 쏟아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떠밀려온 쓰레기들도 많아 앞으로 복구의 손을 기다리고 있다.

대평포구에서 패해 복구작업 중인 안덕자율방재단.

태풍 힌남노가 덮친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도로에서 중장비가 바위들을 치우고 있다. 강희만기자

이처럼 이번 힌남노의 영향으로 서귀포지역은 해안가를 중심으로 월파 피해가 컸다.

대정읍 일과리~신도2리 해안도로 5㎞ 구간에는 파도에 밀려온 바위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영락리 해녀탈이장이 파손됐고, 도로 곳곳에도 사람의 손으로 치울 수 없을 정도의 크기의 바위들이 올라와 중장비 여러 대가 동원됐다. 강정항 내 도로 20m가량이 파손됐고, 어선 1척도 전복돼 인양됐다. 또한 서귀항 주자창에도 크고 작은 돌들이 밀려왔고, 남원읍 해안도로 파손 및 태흥리 파제벽이 밀리는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중산간과 해안변 일대 밭에는 대정읍 지역으로 침수 피해가 있었으나, 다른 곳은 감귤 낙과나 하우스시설물 파손은 적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위력만큼 태풍 '힌남노'의 세기가 크기 않아 피해가 적은 것 같다"며 "오는 10일까지 피해 접수를 받아봐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 수 있고, 현재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풍 힌남노의 북상으로 서귀포시 예래해안도로는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화단이 모두 무너지고 흙이 소실됐고, 인근에는 각종 해얀쓰레기들이 밀려와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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