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배의 특별기고] ‘숨골’, 제주 지하수에 대한 두 얼굴

[박원배의 특별기고] ‘숨골’, 제주 지하수에 대한 두 얼굴
  • 입력 : 2022. 09.19(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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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는 약 180만 년 전부터 수천 년 전까지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됐다. 바다 속에서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지금의 제주도가 되기까지 수많은 화산활동으로 땅 속의 모습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켜켜이 쌓인 용암류, 많은 절리와 균열, 화산송이로 알려진 스코리아, 화산 분화로 분출되는 크고 작은 모양의 화산쇄설물 등이 쌓여 있는 제주의 지질은 투수성이 매우 좋아 지하수 함양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1년 동안 내리는 빗물의 약 45%를 바다가 아닌 지하로 스며들면서 제주 생명수인 지하수가 만들어지고 있다.

투수성이 좋다는 지질특성으로 인해 지하수의 함양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지표상의 오염물질도 지하로 잘 스며들게 한다는 단점도 있다. 투수성이 매우 높아 빗물이 막힘없이 유입되는 '숨골(제주어 사전에는 숨-굴이라고 명명)'이 바로 그것이다. 만장굴과 같이 용암이 지나간 동굴을 칭하는 용암튜브의 천정이 무너져 내리거나, 동굴이 함몰되어 지표와 연결된 곳, 그리고 지하에 분포하는 절리와 균열된 부분이 지표와 연결된 곳 등을 '숨골'로 정의하고 있다.

특성상 많은 양의 빗물이 여과과정 없이 쉽게 유입되는 숨골은 지표상의 가축분뇨,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유출수 등 오염원이 쉽게 유입될 수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농경지에 위치한 숨골의 경우 농약 및 화학비료, 각종 오염물질 등이 직접 유입되기도 한다.

지하수와 연관된 중요한 숨골도 보고된 바에 의하면 제주 전역에 약 300여개 정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 목장, 초지, 경작지 등 사유지에 위치하고 있고, 개발 및 안전상의 이유로 매립되는 등 현재 숨골의 위치 등 현황은 정확하게 확인된 바가 없다.

하지만, 제주지하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숨골에 대한 가치를 잘 알면서도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숨골의 가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라일보의 특별취재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연재를 통해 숨골에 대한 중요성을 공론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숨골의 의의와 기능, 올바른 보전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제주 전역의 숨골에 대한 기초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접근이 어려운 곳은 행정과 지역주민의 협력을 통해 분포하는 숨골의 위치 등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둘째, 숨골 주변의 토지이용형태 등 숨골과 관련된 주변 오염원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셋째, 숨골을 통해 유입되는 빗물이 지하수 함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숨골은 재해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 숨골이 집중호우시 많은 빗물을 지하로 유입시키는 통로가 돼 침수피해가 저감됐으나, 매립 등 빗물 유입통로가 차단되면서 침수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농경지 침수 예방 등 재해예방 차원의 숨골정비가 검토돼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제주의 독특한 환경자산인 숨골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가 시작돼야 한다. <박원배 제주연구원 지하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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