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우리는 지나간 과거 위에서 현재를 살고 그리고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지만 현재와 미래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지난주 거행된 제주포럼의 한 특별세션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세션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나간 역사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아픈 역사는 그 원인을 살펴보고, 현재와 미래를 잘 가꾸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대한 성찰 없이 상대방에 대한 원한이나, 복수심에 집착하면 미래로 가는 길에서 멀어질 수 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짚어보고 이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일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을 포함해 어떤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정치적 인기관리와 추상적 영웅심 때문인지 부정적인 단어구사와 문제제기로 과거 지향적 경향을 보일 때가 있다.
한일관계에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발전을 위한 방안을 우리 스스로 찾으려 하지 않고, 상대방 측에서 찾으려 하는 경향이 아직도 깊게 배어있다. 그리고 일본의 역사왜곡으로 잃어버린 긴 역사를 복원하고, 우리의 자존을 회복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아울러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도 불평만 제기했지, 우리의 역사를 되찾아 지키려고 일관되게 노력하고 있는지 성찰해 봐야 한다. 상대방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보고, 지키느냐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또한 최근 일부 국내 언론은 월남전에서 "한국군이 월남 양민을 학살했다"는 편향적 보도로 32만 명의 월남참전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전쟁은 인도주의와 배치되며, 피아가 구별되지 않는 극한상황에서 생사교차는 물론, 과잉 또는 과소 대응이라는 부적절한 결과도 초래한다.
한.베트남 수교 후 한국정부는 베트남과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ODA(공적개발원조)사업 등 적지 않은 배려를 해왔다. 한편, 한.베트남 정상회담 시 한국 측은 베트남참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려던 시도가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측에서는 미국과 싸워 이긴 승전국으로서 자존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때마다 "과거는 말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자"는 품격 있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한다.
국익을 생각하며 우리는 과거 지향적인 관성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으로 역사문제에 접근해야한다. 과거에 대한 감성적 접근과 집착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위해 양국 각계 전문가들이 진지한 토론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더해, 우리국민들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이끌면서, 밀려오는 각종 대내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장환 전 광저우총영사·한국외교협회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