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10)전북 완주로컬푸드 ②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10)전북 완주로컬푸드 ②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 직접 가공 판매해 소득 창출
  • 입력 : 2022. 10.06(목)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로컬푸드 초기 50여개 가공품서 현재 500여개로 확대
완주군, 구이·고산 2개 가공센터 운영하며 체계적 지원
코로나 이후 온라인 유통 강화·통합물류 시스템도 구축

전북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 운영하는 5개 로컬푸드 직매장에선 채소와 과일류 외에도 500가지가 넘는 농산물 가공품을 만날 수 있다. 10년 전 로컬푸드 초창기 장아찌, 즙류, 선식 등 50여종에 그쳤던 농산물 가공품이 10배 이상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완주군에 갖춰진 로컬푸드 종합가공시스템이 한몫을 해내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로컬푸드 활성화에 공들이기 시작한 완주군은 로컬푸드의 유통·판매는 물론 가공 활성화에도 주력하면서 가공품이 500가지가 넘는다. 사진은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직매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 가공품. 문미숙기자

완주군이 '農토피아(농촌 유토피아) 완주'를 모토로 농산물 가공에 주목한 것은 로컬푸드의 농업인 가공을 활성화해 농가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가 원하는 먹거리의 다양성 확보에 있었다. 농가가 가공설비를 갖추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잘 아는 완주군이 나서 제조가공 시설을 구축하면서 원물 중심의 농산물 생산·유통에서 잉여농산물이나 외관상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의 상품화가 가능해졌다.

농촌진흥청과 전북도의 예산을 일부 지원받아 2012년 고산면에 고산 로컬푸드 가공센터(총면적 4469㎡)가 운영을 시작했고, 2016년에는 구이면에 구이 로컬푸드 가공센터(총면적 6876㎡) 운영이 시작됐다. 2013년에는 '완주군 로컬푸드 시설물 관리 및 운영조례'도 제정했다. 2개 센터는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을 획득했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에 위치한 구이 로컬푸드 가공센터에서 양점자씨가 재배한 작두콩을 세척 후 자동절단기로 썰어 건조실로 옮기고 있다. 문미숙기자

2곳의 가공센터에서는 중소농·고령농·여성농을 중심으로 구성된 농업인 가공기업인 완주군로컬푸드 가공식품생산자협동조합, 완주로컬푸드 영농조합 농가의 부엌 등 2개 조합과 로컬 가공먹거리 공동체 등 186명의 회원이 230여가지의 가공품을 생산하고 있다. 4개월 과정의 농식품 가공창업 아카데미 교육을 받고 출자금을 내 조합원이 된 농가들은 센터내에 갖춰진 건식·습식 가공시설에선 차류에서부터 과채 주스·음료, 반찬류 등을 생산한다. 연중 가동되는 가공센터는 이용시간만 예약하면 농가가 원하는 시간에 주중·주말, 주·야간 상관없이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다.

완주군 먹거리정책과에서 운영하는 이들 두 곳 가공센터에는 7명의 공무원이 근무하면서 농업인 입장에선 복잡한 식품제조·가공업 인허가 처리에서부터 자가 품질검사, 제품 디자인, 정산, 제품 용기 구매와 스티커 제작 지원, 위생·안전성 확보를 위한 통합교육을 진행한다.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고 소비자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시식회·품평회 등 테스트 마케팅도 지원한다. 농업인은 생산과 가공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의 체계적인 지원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완주군이 운영하는 구이면 소재 구이 로컬푸드 가공센터. 완주군은 구이면과 고산면 2곳에 로컬푸드 가공센터를 갖춰 제조 인허가에서부터 품질검사, 디자인, 온라인몰 입점 등을 지원하고 있다.

가공센터에서의 제품 생산에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완주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소금·설탕 등의 부재료는 국내산 사용이 원칙이다. 또 직접 생산하지 않은 농산물은 가공식품으로 만들 수 없고, 건강한 가공먹거리를 위해 유통기한 연장이나 식감 향상을 위한 인공색소나 화학 첨가제 사용은 안된다. 또 로컬푸드 인증 직매장인 공공급식센터, 꾸러미 등 로컬푸드사업장을 주력으로 유통·판매해야 한다.

생산한 가공품은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직매장과 지역농협을 중심으로 판매된다. 가공품 판매액 중 직매장 수수료(10%)와 부가세(10%), 가공센터 사용료(3%)를 제외한 77%는 농가에게 돌아간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곳 센터의 가공품 매출은 79억여원으로, 61억원이 농가 몫이다.

완주군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달라진 비대면 식품 유통변화에 적극 대응해 2년 전부터는 전문 온라인 쇼핑몰 입점과 연계한 판로 확대에 주력했다. 제품 상세 페이지 제작에서부터 온라인쇼핑몰 입점 설명회와 쇼핑몰 프로모션 지원 등에 나서 현재 11개 쇼핑몰에 45개 기업의 116개 제품이 입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8만8000여건을 판매해 9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판매 비중은 가공품이 70%, 나머지 30%는 농산물이다. 구이 가공센터가 들어선 완주군 식품가공밸리 단지 내에 가공기업들의 가공품을 통합 배송·관리, 정산하는 통합물류시스템도 구축해 물류비용도 줄이고 있다. 행정에선 개별 기업(농가)에 포장재와 택배비를 지원한다.

지난 8월 하순에 찾은 구이 로컬푸드 가공센터에서 마침 수확한 작두콩을 트럭에 싣고 와 세척작업에 한창이던 양점자씨를 만났다. 깨끗하게 세척을 마친 길다란 작두콩은 자동절단기에서 얇게 절단 후 건조실로 옮겨졌다.

플로리스트에서 2015년 농사로 전업했다는 그는 처음부터 차 가공을 염두에 두고 농사를 지은 경우다. "8000여㎡에서 작두콩, 민들레, 엉겅퀴 등을 키워 수확 후 가공센터에서 찌고 건조하는 반복과정을 거쳐 차류를 만들어 팔아 연 7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는 그는 "차 제조에 필요한 설비가 모두 갖춰지고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로컬푸드 가공센터와 완주군에 직매장이 있어 판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완주군 먹거리정책과 식품가공팀 임도현 팀장(구이 로컬푸드 가공센터 운영팀장)은 "그동안 중소농가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농업정책은 별로 없었다"며 완주군의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과 행정에서 직접 운영하는 가공센터가 바로 소농을 위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임 팀장은 "농산물 가공이 필요한 이유는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먹거리 제공은 물론 농업인이 재배한 농작물을 직접 가공하게 되면 경작지도 지킬 수 있다"며 "가공품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서 가공산업도 함께 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미숙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63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