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규의 특별기고] 다시, 탐라도성(耽羅都城)을 생각 한다

[강문규의 특별기고] 다시, 탐라도성(耽羅都城)을 생각 한다
  • 입력 : 2022. 10.28(금)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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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도정이 삼성혈과 제주역사관(민속자연사박물관), 신산공원을 연결하는 삼성혈문화권을 새롭게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반가운 일이다. 이들 시책은 삼성혈 개국신화를 토대로 탐라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역사문화 콘텐츠를 개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역사문화에 관한 도정의 무관심을 수십 년 동안 우울하게 지켜보았던 필자로서는 오영훈도정의 제주역사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시책으로 펼쳐보려는 의지에 먼저 갈채를 보내고 싶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원도심에 관한 내용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든다.

한마디로 탐라도성이 설치됐던 원도심은 탐라개국 이래 1500여 년을 헤아리는 제주 역사·문화의 핵심공간이다. 탐라를 거쳐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 광복직후까지 제주 섬의 수부(首府)였다. 그래서 제주역사에 차지하는 원도심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더구나 탐라도성(耽羅都城)은 삼을라가 북두칠성을 모방해 도시를 설계하고, 탐라왕 성주(星主)가 정사를 폈던 성주청이 있었던 터전이다. 그야말로 '별나라를 꿈꾸었던 탐라왕국'의 역사와 문화가 피고 졌던 곳이다. 이처럼 원도심은 역사·문화콘텐츠가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여 있는 보배로운 곳간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도정은 이를 외면해 왔다. 오히려 30년 전에는 목관아지를 지하주차장으로 파괴하려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현재는 제주목관아 관리사무소가 설치되었지만 탐라도성의 유산 발굴과 보존사업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새 도정이 제주역사·문화의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면 좀 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삼성혈이 탐라개국의 시발점이라면 삼을라가 왕국을 이룩해 나간 터전은 탐라도성이다. 그것은 머리와 몸통처럼 불가분의 관계이다. 오 지사가 여러 차례 탐라문화권 정비사업과 관련 탐라도성의 유적복원에 관심을 피력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그렇다면 논의되고 있는 제주역사문화에 관한 기반 구축사업은 당연히 삼성혈과 탐라도성(원도심)을 두 축으로 삼는 역사·문화벨트 사업으로 연계·추진되는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삼성혈 문화권과 더불어 원도심 내의 역사·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를 견인하려면 현재 제주목관아관리사무소를 개편, '탐라도성 유산관리센터'(가칭)로 기능과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일이 선결과제다. 목관아 등 몇몇 유적 관리에서 탈피, 전체 원도심의 역사문화유산을 발굴·정립·활용하기 위한 체제를 먼저 갖춰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천문을 모방해 세운 탐라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 나가는 노력도 요구된다. 그런 일들이야말로 제주역사에 기록될 기념비적인 빗돌을 세우는 일이다. <강문규 전 한라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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