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난개발에 제동을 건 '송악선언'이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제주도가 송악선언 후속 조치로 송악산 일대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묶자, 그동안 이 일대에서 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중국계 자본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악 선언을 실천하기 위해 소송을도 마다하지 않겠다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말이 현실이 됐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와 법조계에 따르면 신해원 유한회사(이하 신해원)는 지난달 21일 제주도를 상대로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정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신해원은 제주도가 송악산 일대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해 자신들 사업에 제동을 건 것은 도지사의 재량권을 넘어선 것이라며 재량권 일탈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해원은 우리나라 최대 로펌인 김앤장 소속의 행정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하며 치열한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이 사건은 제주지법 행정1부에 배당됐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 7월27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일대 옛 송악산 유원지 부지 19만 1950㎡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3년 간 지정했다. 이번 조치로 2025년까지 이 일대에서 건축, 공작물 설치, 토지 형질 변경, 토지 분할 같은 행위가 제한된다. 옛 송악산 유원지 부지는 중국계 자본인 신해원이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던 곳으로, 이 회사는 3700억원을 들여 호텔 461실과 캠핑장, 조각공원 등을 갖춘 사설관광단지를 개발하려했다. 신해원은 지난 2013년부터 토지를 사들이기 시작해 현재 전체 부지의 80%인 16만여㎡를 소유하고 있다.
송악선언 후속 조치로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 한라일보 자료사진
그러나 2020년 11월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난개발을 제한하는 송악선언을 발표하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은 이 때부터 사실상 중단됐다. 당시 원 전 지사는 "송악산 유원지 부지 개발을 제한하는 대신 정당한 가격을 치러 그 땅을 되사와 도민에게 돌려드리겠다"며 "사업자는 사업상 손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청정제주 자연경관을 되돌리기 위해선 소송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의 말대로 송악선언이 결국 법적 다툼으로 비화되자 제주도는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신해원 소유 부지를 매입하기 위한 양측 간 협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법적 다툼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2020년 5월 뉴오션타운)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도의회에서 부결되고 (부지 용도도) 유원지에서 해제되면서 신해원 측도 제주도에 부지를 매각할 의사를 갖고 있다"며 "부지 매입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사업자 측이 소송을 제기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의 목적이 사업 재추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속한 부지 매입을 요구하기 압박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도는 송악선언 실천조치로 송악산 주변 지역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보존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