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 추가 명예회복 "아들 돌아올까봐 초토화 된 마을에.."

30명 추가 명예회복 "아들 돌아올까봐 초토화 된 마을에.."
4·3수형인 제18차 직권재심 공판서 희생자 30명 전원 무죄 선고
  • 입력 : 2022. 11.15(화) 15:54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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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희생자 직권재심 재판에 참석한 유족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제주 4·3 당시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한 죽임을 당하거나 행방불명 된 제주 4·3 희생자들의 명예가 추가로 회복됐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5일 제주 4·3 군사재판 수형인 30명에 대한 제18차 직권 재심 공판에서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판에서 유죄로 판단하려면 의심이 안될 정도로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피고인들에 대해선 죄를 입증말한) 증거가 전혀 없다"며 "이번 (재심) 재판으로 피고인들의 마음이 편해지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무죄를 선고 받은 4·3 희생자들은 대부분 대전형무소 등 다른 지역 형무소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던 중 한국전쟁이 터지자 총살 당하거나 행방불명된 이들로, 30명 가운데 4명은 1948년 1차 군법회의에서 내란죄로 26명은 1949년 2차 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죄를 뒤집어 썼다.

검찰은 선고 전 구형 의견에서 "피고인들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군경에 연행되고 군법회의에 의해 처벌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재심 재판에서도 한 맺힌 유족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16~17살 때 형무소에 끌려가 희생된 故 현봉원씨의 5촌 조카 현원택씨는 4·3당시 가시리 마을이 초토화 돼 주민 대부분이 마을을 떠났지만 큰할머니는 혹시나 아들이 돌아오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계속 마을을 지키다 숨졌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4·3때 희생된 故 김평수씨의 사위 한규숙씨는 남편을 떠나보낸 후 재가한 장모의 제사를 가져온 사연을 진술했다.

그는 "장인어른이 4·3때 붙잡혀 희생되면서 아버지를 잃은 어린 딸은 친척 호적에 입적했고, 당시 혼인 신고도 못했던 장모는 다른 집으로 재가했다"며 "아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모시고 싶다고 해 수소문 끝에 장모가 재가한 집을 찾았고, 계속 사정해 장모의 제사를 가져올 수 있었다. 현재는 시신도 없는 장인의 묘에 비석을 세워 함께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 옆에서 침묵을 지키던 김평수의 딸에게 재판부가 증언할 기회를 주자 그는 "말이 안 나온다"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한편 이날 30명이 무죄를 선고 받음에 따라 직권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은 4·3희생자는 총 490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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