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3)대록산 주차장∼소록산 둘레길∼임도∼소록산∼대록산∼갑마장길∼새끼오름∼목장길∼삼나무숲길∼유채꽃프라자∼대록산 주차장

[2022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3)대록산 주차장∼소록산 둘레길∼임도∼소록산∼대록산∼갑마장길∼새끼오름∼목장길∼삼나무숲길∼유채꽃프라자∼대록산 주차장
오름과 드넓은 초원 거닐며 말들이 뛰놀던 풍광 만끽
  • 입력 : 2022. 12.06(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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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드넓은 벌판에는 일렁이는 억새 위로 따스한 늦가을의 햇살이 쏟아진다. 햇살이 간지러운 억새는 하늘을 향해 연신 재채기를 해대고 그 소리에 놀란 새들은 불현듯 날아올라 건너편 나무로 자리를 옮긴다. 들판에 사슴이 뛰어놀고 말들이 살을 찌우던 그 시절의 풍광을 만날 수는 없지만, 하늘을 가로막는 높은 산도 없고 시야를 가리는 넓은 숲도 없는 길은 그저 뚜벅뚜벅 걷기 좋은 곳이다. 오름 위든 들판이든 걷는 내내 따라다니는 아련한 풍광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조선 1등 말 길렀던 대평원 누벼
열매와 흰꽃 품은 팥배나무 눈길
파릇한 새싹 물들인 초지도 볼만


지난달 16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2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3차 행사는 대록산 주차장에서 시작했다. 주차장을 떠나 소록산 남쪽 기슭을 따라 둘레길을 거쳐 소록산 정상을 오른다. 소록산을 내려 다시 대록산을 오르고 대록산을 내리면 갑마장길로 들어선다. 목장길을 지나 초지를 지나면 새끼오름을 오를 수 있다. 새끼오름을 내려서면 다시 목장을 만나고 갑마장길로 들어설 수 있다. 갑마장길 옆 삼나무 숲길을 지나면 유채꽃프라자와 만나고 단지를 가로지르는 길은 대록산 주차장까지 이어진다. 세 개의 오름을 오르고 드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며 말과 사슴이 뛰어놀던 옛 풍광을 상상하며 걷는 즐거움이 가득한 투어다.

길옆에는 돌담을 의지해 한가득 피어있는 산국이 노란 얼굴로 반긴다. 소록산 남쪽 기슭의 소하천으로 접어드니 아직도 하얀 꽃을 뽐내고 있는 궁궁이와 마주친다. 소하천을 넘어 삼나무 가득한 숲길과 솔밭길을 지나면 임도를 만나고, 임도는 소록산 정상을 향해 이어진다. 소록산(족은사슴이)은 높이가 102m로 남북으로 길게 누워있는 모습이다. 북동쪽으로 벌어진 굼부리가 있는데 남서향으로도 두 가닥의 등성이 사이로 굼부리로 보이는 지형이 있다. 이를 쌍둥이 화산체로 표현한 책도 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석송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숲이 주위 풍광을 막고 있지만 키 작은 나무 사이로 한라산 방향의 경치를 볼 수 있다.

겨울딸기

궁궁이

산국

소록산을 내려 대록산 동쪽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정상을 향한다. 숨이 찬 나그네를 하얀 물매화가 반긴다. 물가에 자라 물매화인데 억새 가득하고 건조한 비탈에서도 그 모습은 청초하다. 대록산(큰사슴이)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높이 152m의 오름이다. 서쪽으로 붙어있는 소록산과 함께 표선면 북서부 드넓은 벌판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둥근 모양의 대록산은 원형 화구를 가지고 있다. 오름 이름은 지형지세가 사슴을 닮아 붙여졌다고도 하고, 예전에 사슴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도 한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주변의 드넓은 평탄면의 초지는 가시리 목축산업의 원류인 녹산장과 갑마장을 만들었다. 오름은 분화구 주위를 따라 둘레길이 한 바퀴 돌아간다. 정상 근처 나무 의자 쉼팡에서 잠시 쉬고 다시 길을 나선다.

용담

쇠서나물

석송

팥배나무가 열매를 떨구지도 않은 채 꽃을 피우고 있다. 요즘 기후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가 보다. 분화구를 돌아내려 갑마장길로 향한다. 낮게 이어지는 능선에서는 성불오름을 비롯해 비치미, 개오름, 영주산 등 한눈에 담을 수 없는 오름들과 드넓은 초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보랏빛 앙증맞은 용담꽃이 고개 내민 길을 내려 갑마장길을 가로지른다.

목장길 따라 억새밭을 가로지르니 가을걷이로 베어낸 초지엔 새로 돋아난 파란 싹이 가득하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겨울 목장의 모습이다. 초지를 지나 새끼오름으로 들어섰다. 전체적으로 말굽형 모습인 오름은 다소 완만하고 길게 구부러져 있고 위는 펑퍼짐하다. 정상에는 겨울딸기의 빨간 열매가 지천이다. 오름을 내려 다시 초지를 지나 삼나무 숲길로 접어들었다. 삼나무 숲길은 중잣성 옆 갑마장길과 이웃해 있다. 촘촘히 심어 있는 삼나무 사이를 곡예를 하듯 지나간다. 숲이 끝나갈 즈음 담을 넘으면 유채꽃프라자를 지나는 길을 만난다. 풍력발전기 날개가 느릿느릿 돌아가는 단지 내 유채밭에는 어린 유채가 한창 자라고 있고, 길옆 억새는 늦가을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살랑댄다. <끝>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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