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림의 현장시선] '클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에서 배우자

[고영림의 현장시선] '클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에서 배우자
  • 입력 : 2022. 12.09(금)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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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대중이 쉽게, 비싸지 않게, 그것도 혼자 즐길 수 있는 예술은 단연 영화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물리적으로 떠나지 않더라도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영화다. 세상의 모든 영화를 다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은 영화제다. 영화라는 예술은 프랑스에서 1895년에 시작되었고 세계적 권위의 칸영화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다. 전 세계의 젊은 영화인들이 꿈꾸는 클레르몽국제단편영화제 역시 프랑스에서 개최되고 있다.

클레르몽페랑은 프랑스 중부의 오베르뉴 지방에 있는 소박한 도시다. 타이어로 유명한 미슐랭이 이 도시를 대표하는 산업이다. 2016년에 필자가 이 도시를 방문한 이유는 제주처럼 화산지대에 있고 미네랄이 풍부한 광천수가 나는 이 지역에 국제단편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오목한 분지에 있는 클레르몽페랑 기차역 앞에 서자 제주에서만 보던 오름이 보였고 영화제에 대한 기대는 더 커졌다.

1979년에 지역의 대학생들이 모인 씨네클럽이 이 영화제의 시작이다. 2023년에 1월에는 제45회 클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가 열린다. 시작은 소박했으나 현재의 위상은 세계 최고의 국제단편영화제로 인정받고 있다. 시내 중심에 있는 문화회관이 주 행사장이고 상업영화관, 대학 강의실, 실내 수영장까지 상영관으로 제공되어 열흘 남짓한 영화제 기간 동안 온 도시가 영화제의 열기로 가득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전국에서 몰려온 어린이들이 문화회관 로비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모습, 단편 작품이 하나씩 끝나고 몇 초간의 암전이 이어질 때 어린이 관객들이 박수를 치던 순간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 영화제를 즐겼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청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어 영화를 전공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말이 된다.

또 하나의 즐거운 경험은 시립수영장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이었다. 수영복을 가져가지 않아서 너무 억울했으나 객석에서 즐기면서도 신났을 정도였다. 따뜻한 수영장 물에 들어가 튜브에 기대거나 누워서 단편영화를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라니 이런 발랄한 기획을 목격하면서 질투심마저 느꼈다. 클레르몽페랑에서 제주를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이 영화제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 상상해본 시간이었다.

문화예술의 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제주에 이 자부심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춘 문화관광산업은 있는가. 제주를 대표하는 테마가 있는 국제영화제를 생각해보았는가. 자연환경과 풍광만 본다면 한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제영화제 개최지로는 단연 제주가 아닌가. 차별화된 기획과 정책을 도청과 도의회 그리고 도민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 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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