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폭설과 제주산 월동작물 그리고 최고농업기술명인

[고나해의 하루를 시작하며] 폭설과 제주산 월동작물 그리고 최고농업기술명인
  • 입력 : 2022. 12.28(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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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이번 폭설로 제주도 농업인들의 가슴은 덜컥 내려앉았다. 특히 월동 무는 수확을 막 시작하는 시점에서 냉해 피해를 받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에 김형신 최고농업기술명인과 인터뷰했다.

김형신 최고농업기술명인은 "두 번까지의 폭설은 농작물이 버틸 만할 겁니다. 하늘은 봄, 땅은 아직 겨울인 이 절기의 교차점에서 1월 15일까지 추운 날씨겠지만 작물은 버텨낼 힘이 있어 2월 4일까지 눈이 내려도 참을 만합니다. 문제는 이 사이에 폭설이 3회 연속되면 농작물 피해가 아주 크겠지만 이번 같은 최강 한파는 거의 오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눈이 오더라도 조금. 이번에 올 만큼 왔다는 게 총량의 법칙에 근거한 제 생각입니다.

대량 생산될 월동 작물의 경쟁으로 인한 가격 파동 우려 역시 전라도에 역사상 최대로 눈이 내렸기 때문에 그쪽 월동작물 기반이 무너져서 제주도가 반사 이익을 갖지 않겠나 싶어요. 이 농업이라는 게 참, 상대방이 안 돼야 자기가 행복하게 되는 그런 유통구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네요. 우리나라 국민이 쓸 수 있는 채소의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제주도 농업인 대다수의 숙원인 물류비 지원문제도 무나 양배추가 부피에 비해 운송료가 50~60%를 차지해버리니까 실질적으로 소득이 없어요. 이제는 물류비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도서 지역이라는 것을 내세우면서 국비 예산 마련에 접근해야 하는데 그 방식이 다르니까 자꾸 물류비 지원이 끊기는 것이지요.

해남이나 진도, 완도는 도서 지역으로 지정돼 물류비 지원을 받고 있는데 반해 제주도는 소품종 대량 생산을 요구 해놓고 물류비를 묶어버리니까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직불금 문제도 그렇습니다. 생산을 다 끝내고 난 다음에 직불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중간 직불제로 인해 미리 폐기를 시작해서 소비 자극이 없이 가격 폭락으로까지 이어지는 겁니다. 양배추든 무든 당근이든 월동채소는 제주도만 갖고 있습니다. 전국의 80%를 잡고 있는데도 생산량 조절을 못 하고 있으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자체적으로 농협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조금씩 물량을 조절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정부와 제주도가 제대로 노력만 한다면 이번 한파에도 올해 제주산 월동 작물의 길은 그리 험난해 보이지 않다.

그러나 최근 뉴스는 제주도와 서울시가 월동 무, 양배추, 조생 양파에 대한 추가 물류비 지원을 올해 말 종료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그 비용을 농업인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영훈 도지사의 공약인 '농산물 가격 안정제 도입'과 '제주 농산물 해상운송비 국비 지원', '제주산 농산물 통합 물류체계 구축지원'에 관한 국비 예산 마련 계획은 시작만 있고 종적이 묘연하다.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농민들만 애타는 연말이다. <고나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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