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60년 뒤 제주의 여름은 4월 중순부터 시작해 11월 중순까지 무려 7개월 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상청은 지난해 8월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를 토대로 향후 탄소배출량에 따른 우리나라의 기상학적 계절 변화 추이를 연구한 결과 이같이 전망됐다고 29일 밝혔다.
IPCC는 앞으로 인류가 배출할 온실가스 양에 따라 '저탄소 시나리오' '고탄소 시나리오' 등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저탄소 시나리오는 온실가스를 눈에 띄게 감축해 2070년경 탄소중립에 이르는 상황을, 고탄소 시나리오는 앞으로도 현재 수준과 비슷하게 온실가스가 배출돼 탄소 저감에 실패하는 경우를 말한다.
기상청은 고탄소 시나리오일 경우 세기말인 2080~2100년 무렵에 제주의 여름은 4월17일부터 시작해 211일 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기말에는 현재보다 제주의 여름 시작 시기(6월3일)가 2개월가량 앞당겨지고 끝나는 시기(10월9일)는 한달 이상 늦춰져 일년 중 절반 이상을 여름만 겪는 기형적 계절을 맞게 된다.
제주의 여름은 길어지는 대신 나머지 계절은 짧아진다. 제주의 봄은 일년 중 129일에서 세기말에 83일로, 가을은 107일에서 71일로 각각 줄어든다.
겨울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0'일이다. 기상학적으로 겨울은 '일평균기온이 5℃ 미만으로 떨어진 뒤 10일 간 지속될 때'를 뜻하는데, 제주는 1961년 이후 61년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제주의 폭염과 열대야 발생 일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제주의 폭염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고탄소시나리오에서 지금보다 각각 71.2일과 80.8일 늘어나 76일과 103.3일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폭염일은 '일최저기온이 33℃ 이상인 날'이고, 열대야일은 '밤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이다.
일년 강수량도 대폭 늘어 현재 1758.5㎜에서 2137.3㎜로 378.8㎜가 증가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강수량 증가 폭은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크다. 고탄소시나리오에서 1일 최대 강수량과 호우 일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도 제주였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이번 전망 결과는 우리 동네의 기후 위기 수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정책적으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국민 체감도가 높은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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