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 "새해 돌봄 무게 덜고 스무 살 꿈 향해 출발"

[송년기획] "새해 돌봄 무게 덜고 스무 살 꿈 향해 출발"
'가족 돌봄' 제주 청소년의 새해 소망
  • 입력 : 2022. 12.30(금)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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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내년 대학 진학을 앞둔 김수현(19·가명) 군의 2022년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으로 시작됐다. 오랜 기간 외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란 김 군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외할아버지의 병환에 이제는 외할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보호자가 된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돌봄의 역할까지 맡게 된 김 군은 다른 친구들처럼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

가족 돌보는 '영케어러' 아동·청소년 10명 중 4명
정확한 실태조사·맞춤형 지원 방안 마련 서둘러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최근 발표한 '가족 돌봄 아동·청소년(영케러어) 현황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은 10명 중 4명 이상의 아동·청소년이 가족 돌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그중 고등학생이 40.1%로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최근 1년 이내 어린이재단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은 아동 중 양육시설 거주 아동을 제외한 만 7세부터 만 24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총 1494명이 참여했다.

전체 응답자 중 46%인 686명이 '가족 돌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학령기별로는 고등학생 275명, 중학생 195명, 초등학생 157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세대유형별로는 한부모 세대가 전체 58.7%로 가장 많았으며 부모자녀세대 24.6%, 조손세대 14% 등의 순이었다.

가족 돌봄 아동·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돌봄은 가사 지원으로 응답자 대다수가 하고 있었으며 간병의료, 양육, 경제활동 등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김수현 군은 아프신 할아버지를 돌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막막했다고 했다. 하지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본부와 가정위탁 지원센터, 동주민센터, 학교 등 지역사회의 도움을 통해 돌봄의 무게를 덜고 대학 진학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김 군은 "학교에 가는 동안에는 요양보호사님이 집으로 와주셨고 여러 기관에서 상담과 도움을 주셨다"며 "대학 진학을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새로운 꿈을 찾아 나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가족 돌봄 아동·청소년 권리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권지성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케어러의 경험에 대한 맥락 패턴 분석'을 통해 ▷가족 돌봄 청소년·청년을 위한 관련 법률 제도 정비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돌봄 서비스 제공 ▷상시 이용 가능한 장기적 심리 지원 ▷경제적 지원 ▷지자체 별 지원 조례 제정 등을 제언했다.

우리 지역 가까이에 있을 또 다른 가족 돌봄 아동·청소년을 발굴할 수 있는 정확한 실태 조사와 연령·학령기에 따른 필요 사항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 등이 필요해 보인다.

요리를 좋아하는 김수현 군은 2023년 제주를 떠나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김 군은 "스무 살이 된다는 생각에 설렘도 있고 올해는 많이 힘들었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일이 하나씩 하나씩 잘 풀렸으면 좋겠다"며 "졸업 후에 저만의 레스토랑을 여는 것이 새로운 꿈"이라고 새해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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