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택의 한라칼럼] 통치의 역사는 축제의 역사여야 한다!

[문영택의 한라칼럼] 통치의 역사는 축제의 역사여야 한다!
  • 입력 : 2023. 01.17(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며칠 전 TV에서 방영한 '남한산성'이란 사극에 빠졌다. 명나라만을 섬기던 인조는 결국 청태종에게 무릎을 꿇고 삼배구 고두례를 올려야 하는 굴욕을 당했다. 인조를 왕으로 모신 백성들의 삶은 얼마나 처연하고 고달팠을까. 어쩜 볼모로 잡혀간 청나라에서 8년 동안 신문물을 접했던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가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면, 조선은 개혁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었을 텐데. 인조는 무능과 권력욕의 화신 같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당한 조선 14대 임금 선조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당한 16대 임금 인조에게도 대왕이라 칭하고 있으니. 반면 명·청 사이에서 실리외교를 펼치며 전쟁을 예방한 15대 임금 광해는 아직도 군으로 남아 있다. 광해는 1637년 제주에 유배 와서는 1641년 7월 1일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숨을 거뒀다. 오래 가물다가 오는 비를 제주백성들은 광해대왕께서 내려주는 비라 여기며 '광해우'라 불렀다 한다.

프랑스 소설가 Christian Jacq가 지은 '람세스(제왕의 길)'을 다시 펼쳤다. 독보적인 문명 발달사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 역시 세계 최고의 전성기를 맞을 수도 있기에, 제왕의 모델을 세계의 파라오로 알려진 람세스에서 찾기 위함이다. "원수로 지내던 두 왕국 사이에서 진정한 우정을 일구어낼 수 있음은 기적에 속하오." 하고 고백하는 히타이트 대왕인 하투실의 말에서 람세스에 대한 믿음과 신의가 그려진다. 후계의 자리를 걱정하는 아들 메렌프타에게 "백성의 행복만을 생각하여라. 그러면 오류를 피할 수 있을 게다."라며 제왕의 길을 알려주는 람세스! 허영적인 계비 마트호르를 왕비들의 무덤으로 안내하며 그녀에게 던지는 람세스의 충고는 우리를 더욱 숙연케 한다. "막중한 역할을 떠맡은 이는 곧 저세상을 생각해야 되오. 죽음은 우리의 가장 현명한 조언자요. 죽음을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고, 본질적인 것과 부차적인 것을 구별할 수 있게 되오. 이집트를 지배하는 것은 탐욕이나 사욕이 아닌 마아트의 규범이요." 마아트란 오늘의 헌법과 자연법을 망라한 당시 이집트의 생활 규범이다. 최후의 승리자는 죽음이라는 람세스의 말에 딸 메리타몬은 다음과 같이 응수한다. "아버지의 명성은 국경을 넘어 멀리 퍼져갔어요. 람세스는 이제 죽을 수 없어요." 죽음이 다가오자 람세스는 학창 시절부터 운명을 같이한 비서 아메니에게 다음의 말을 남긴다. "통치의 역사는 축제의 역사여야 한다고 세티 선친께서 말씀하셨지. 오늘 아이들은 환히 웃고, 늙은이들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편히 쉰다네. 우리 문명을 위대하게 하고 빛나게 한 지인들 덕분에 나는 이 나라를 행복하게 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었던 거야. 이제 신들이 나를 심판하실 걸세."

시국이 어수선하다. 백성을 진심으로 섬기는 제왕 출현을 고대하는 아우성이리라. <문영택 (사)질토래비 이사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81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