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혜의 편집국 25시] ‘오영훈호(號)’ 선원들의 노는 물은?

[강다혜의 편집국 25시] ‘오영훈호(號)’ 선원들의 노는 물은?
  • 입력 : 2023. 02.02(목)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하루에도 수많은 자료와 문자를 받는다. 그중에서도 출입 기관인 제주도가 배포한 자료는 대부분 직접 확인하는데, 지난달 19일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제목의 문자가 도착했다. "제주 공직자, 노는 물이 달라야"

내용을 붙여 넣자면 이러하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오영훈 지사가 "적극적인 업무혁신을 강조하며 세계적 혁신가들과 소통할 것을 주문했고, 공직사회의 불합리한 관행 타파와 변화 주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노는 물이 달라야 한다'고 피력했다"는 것이다.

민선 8기 들어 배포하는 자료를 보면 두드러지는 표현들이 있다. 해당 자료에만 봐도 '세계로 뻗어나가는 최전방' '혁신은 공간에서 나온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한다' '발상의 전환' '새로운 도약' 등이 등장한다. 민선 8기의 정책 방향은 화려한 구호와 표어들을 우선 나열해야 설명할 수 있나 보다. 최고봉은 '노는 물'이 찍었다.

지사가 말하는 '노는 물'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아랫동네 노는 물까지 맑으려면 윗물이 맑아야 할 텐데 제주사회 윗물은 지난 수십 년 간 온전히 순환했을까? 높은 자리엔 적격자라며 무슨무슨 의혹과 법 위반에도 선거공신이 들어섰고, 도민의 손으로 선출한 '민선' 지사 5명은 모두 법정에 서게 됐다. 이 모든 건 고인 물의 선택일까 새 물의 선택일까? 보전과 개발이라는 가치 충돌과 수많은 갈등은 이미 이 사회의 고인 물이다. 상황이 이런데 누구는 후진 물에서 놀고, 누구는 물 좋은 곳에서 놀자는 얘기일까? 윗 물이 고여 썩어 문들어지면 새 물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 건 당연지사다.

내용이 뼈대라면 수식은 양념이다. 계량화된 통계 수치를 강조하면서 내실은 없고, 화려한 웅변과 낱말 장식에 몰두하지만 실상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면 고인 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공직자 노는 물 타령을 하고 있다면 '다 함께 미래로, 빛나는 제주'라는 구호 역시 요란한 헛구호에 그칠 뿐이다. <강다혜 정치부 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68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