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가 정부로부터 국비를 지원 받아 각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 쓰지 못해 반환해야 하는 예산을 수년째 되돌려주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정부는 반환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올해 주기로 한 국비 지급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453회 임시회 농수축위원회 1차 회의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국비 반환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도의회에 따르면 제주도는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며 세출 예산에 국비 반환금으로 571억원을 반영했다.
민선 9기 도정이 출범하자마자 민생 경제를 살리겠다며 제2회 추경에 4600억원을 증액 편성했지만 정작 이중 10% 이상이 각종 재정 사업이나 실물 경제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지급한 돈 인 셈이다.
통상 지자체가 국비를 정해진 회계 연도에 다 쓰지 못하면 결산을 거쳐 이듬해 세출 예산에 반영해 되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비를 지원 받고도 다 쓰지 못하는 상황은 매년 발생해 제주도는 지난 2024년 710억원, 지난해 662억원을 정부에 돌려줬다.
올해 국비 반납 규모는 예년에 비해 큰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연체'가 끼어 있고, 또 정부가 이를 문제 삼아 올해 주기로 한 국비를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제2회 추경에 반영된 국비 반환금 571억원 중 3분의1에 가까운 184억원이 농축산식품국에서 남긴 돈으로, 이중에는 단일 사업인 '감귤 시설현대화 사업' 집행 잔액 60억원이 포함돼 있다.
단일 사업인데도 반납 규모가 큰 이유는 농정당국이 그동안 국비 집행 잔액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한꺼번에 지급하기로 하는 등 누적 반환분이 쌓였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집행하지 못한 국비는 89억원이지만, 재정 여력이 여의치 않아 제주도는 우선 60억원을 돌려주기로 했다.
국비 반환이 지체되면 지자체는 이자도 물어야 한다. 제 때 돌려줬으면 지출하지 않아도 될 이자를 도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비 반환이 지연되자 제주도에 배정된 올해 FTA기금 160억원 중 75억원만 교부하고, 나머지 85억원 지급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가 수년치 국비 반환금을 한꺼번에 정리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림부는 국비 잔액을 전부 돌려주지 않으면 나머지 85억원도 앞으로 교부할 수 없다고 경고한 상태다.
도의원들은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박호형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2동)은 "자괴감이 든다"며 "제주도 위상과 신뢰도가 추락했다"고 꼬집었다.
임정은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천·중문·예래동)은 "민생 경제 회복에 사용해야 할 예산을 국비 반납을 쓰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하성용 의원(더불어민주당, 안덕면)은 비판 수위를 높여 "(국비 반환금을) 기타 잡수입으로 잡아놓고 (돌려달라는) 이야기가 없으니까 그냥 그대로 (다른 사업 예산으로) 써온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김승준 의원(더불어민주당, 한경·추자면)도 "농민들이 얼마나 허탈해 하겠느냐"고 비판에 가세했다.
김영준 농축산식품국장은 "전적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부서장을 중심으로 보조사업 책임관제를 운영해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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