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도 매장도 여전히 불만… 제주 선도 사례 가능할까

소비자도 매장도 여전히 불만… 제주 선도 사례 가능할까
[한라포커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그 후 (하)
일회용컵 수거 상태 깨끗해지고
계도 거치며 수거 양도 점차 증가
제도 정착까지는 보완 과제 산적
환경부 "선도사업으로 모델 수립"
  • 입력 : 2023. 02.19(일) 14:03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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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폐기물 처리업체가 선별해 보관 중인 일회용컵. 김지은기자

[한라일보] 지난 10일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폐기물 처리업체. 창고 한편에 '1회용컵 보관 장소'라고 적힌 공간에는 종이와 플라스틱 컵을 가득 담은 10여 개의 포대 자루가 쌓여 있었다. 제주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자원순환보증금제)가 시행된 지난해 12월 2일부터 수거돼 들어온 양이다. 각 매장에서 회수한 일회용컵은 제주시와 서귀포시 수거 업체 2곳을 통해 이곳으로 모이고 있다.

한 번 쓰였던 일회용컵은 그 재질에 따라 플라스틱인 페트(PET)와 PP, 종이, 이 세 가지로 선별된다. 이후 압축 단계까지 거쳐 육지에 있는 재활용 전문 업체로 보내질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은 수거된 양이 많지 않아 선별 작업까지만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들어온 일회용컵의 무게는 1590kg인데, 압축해 15t 화물차 한 대를 채워 육지로 보내기 위해선 지금의 10배는 더 모여야 한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제주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 수거된 일회용컵(왼쪽) 상태. 한두 달간의 계도를 거치면서 지금은 비교적 깨끗하게 수거되고 있다.(오른쪽)

일회용컵 수거 늘고는 있지만…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며 나타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이곳에 들어오는 컵 상태를 보면 변화가 감지된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처음 수거돼 들어올 때만 해도 컵홀더에 빨대, 쓰레기까지 섞여 있거나 음료가 남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며 "한두 달간 계도를 하니 배출 기준에 맞게 들어오고 있다. 컵 상태도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수거되는 컵도 점차 늘고 있다. 제도 시행 첫 달인 지난 12월 도내에서 모인 일회용컵 무게는 180kg에 그쳤지만 1월 한 달 수거 양은 1050kg으로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지난 1월 5일까지 수거된 일회용컵 개수는 10만 개 정도였지만 2월에 들어 그 수가 25만 개(누적)를 넘어서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각 매장의 판매량 자료를 취합 중이라 회수율(일회용컵 사용량 대비 회수량)이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반환되는 양은 분명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효과에도 제도 정착까진 보완해야 할 과제가 많다. 소비자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제도 홍보는 물론 반납 불편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

도내 다회용컵 대여 업체인 푸른컵 한정희 대표는 "모든 제도가 처음엔 시행착오를 겪지만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막판에 (전국 시행 등을) 유예하며 후퇴하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어느 매장은 하고 어떤 곳은 안 해도 되는 게 돼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회용컵 사용자 입장에선 '교차 반납'(매장 브랜드 구분 없이 반납)이 가능해져 어디서나 편하게 반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보증금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도 부과해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1회용 컵 보증금대상사업자 지정 및 처리지원금 단가 고시'에 시행일 이후 3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제주와 세종, 그 외 지역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전국 첫 시행' 제주에서의 제도 정착 관건

환경부가 전국 시행 시기를 명확히 하고 이행 매장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제도의 취지는) 일회용컵을 부득이하게 사용하게 될 때 재활용을 잘하게 하고 점차 다회용컵을 쓰는 모멘텀으로 삼자는 것인데, 전국 확대가 아닌 제주와 세종으로 시행지역이 좁혀지면서 사실상 무의미하게 됐다"며 "환경부가 직접 전국화 시기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 이행은 법적 의무사항이지만 단속이 유예되며 사실상 의무가 아닌 게 됐다"며 "제주도가 개인이 운영하는 대형 카페 등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폭넓게 논의한다고 하지만 지금 제도를 이행하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이탈하면 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불편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매장에 대해선 홍보와 인센티브를 통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은 현재로선 '미정'이다. 환경부는 관련 고시에 첫 시행일(작년 12월 2일) 이후 3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그 외 지역에서 시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정확한 시기를 밝히진 않았다. 환경부는 올해 연말까진 제주와 세종에서만 제도를 운영한 뒤 그 시기와 방안을 구체화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들 지역에서의 제도 정착 없이는 또 다른 우려만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으로선 선도 사례를 제대로 만드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매장에서의 컵 사용 패턴이 여름과 겨울에 다르기 때문에 우선 제주와 세종에서 사계절을 시범 운영하며 제도 개선 사항을 발굴하고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라벨지 방식 등으로 인한 이행 매장의 부담을 덜고 우수 매장 선정해 지원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다. 1년 선도 사업 중에 해결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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