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지역 산림 자원 연구·보존을 위해 국가가 관리하는 시험림에서 자연석을 훔치고 연구용 나무를 무참히 훼손한 일당(본보 2월21일자 5면·2월22일자 4면 보도)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수사 결과 이번 범죄에 가담한 일당은 모두 7명으로 자연석을 캐고·옮길 중장비를 반입시키기 위해 시험림에 임시 진입로까지 개설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서귀포경찰서는 특수 절도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제주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50대 A씨와 B씨 등 형제 2명을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C씨 등 4명을 입건하고, 도난 당한 자연석을 사들인 혐의(장물취득)로 50대 D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 등 6명은 형제 또는 선후배 사이로 지난 6일 새벽 굴착기 등 중장비를 실은 트럭을 몰고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시험림 출입 통제구역에 자물쇠를 끊고 침입해 높이 약 180㎝에 폭 60㎝에 이르는 자연석 1점을 훔치고 연구 목적의 나무 수십 그루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한남시험림을 관리하는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산림연구소 직원들이 밤에는 근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지난해 11월부터 한남시험림을 수십 차례 오가며 범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은 지난해 11월 중순 땅에 박혀 있던 자연석을 미리 캐놓았으며 이후 3개월 뒤 다시 현장을 찾아 수사를 피할 목적으로 길목에 있는 폐쇄회로(CC)TV 방향을 돌리거나 천으로 가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특히 이들은 자연석을 캐고 옮길 중장비를 시험림에 반입시키기 위해 출입구에서부터 범행 현장까지 300여m에 이르는 임시 진입로를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시험림 내 연구용 나무 수십 그루를 무참히 잘랐다.

함께 검거된 D씨는 A씨 일당으로부터 자연석을 1200만원에 샀다가 나중에 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왜 자연석을 돌렸는지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험림에서 산림 자원을 훔치거나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진다. 또 제주특별법에 따라 가장 긴 직선 길이가 10㎝ 이상인 자연석을 무단으로 채취하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더 나아가 이 암석을 매매하거나 제주 밖으로 반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범인은 잡혔지만 자연석 행방은 묘연하다. A씨 일당은 경찰의 추궁에도 자연석을 숨겨 놓은 위치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는 한남시험림을 관리하는 난대·아열산림연구소가 경찰에 뒤늦게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애초 난대·아열산림연구소는 자연석을 도난 당한 직후인 지난 6일 자치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산림 훼손과 도난 범죄가 함께 발생해 직무 권한 상 수사가 힘들다는 통보를 받자 나흘 뒤 서귀포경찰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난대·아열산림연구소가 범행이 일어나기 석달 전인 지난해 11월 이미 시험림 출입통제제구역에서 자연석이 캐어져 있고, 나무 등이 훼손된 현장을 확인했지만 경찰 신고를 미룬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연구소 내에 산림사범을 수사하는 특별사법경찰관(특정 범죄에 한해 경찰 직무를 대행하는 공무원)도 있지만 용의자 검거를 위한 경찰 신고는 자연석이 사라지고 나서야 뒤늦게 이뤄졌다.

한편 한남시험림은 국가 소유의 국유림이다. 한남시험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삼나무 조림지가 있으며 주로 붉가시나무, 굴거리나무 등 상록활엽수와 서어나무, 졸참나무등 낙엽활엽수가 서식한다. 도내에는 이같은 시험림이 한남을 포함해 서귀포·곶자왈 등 3곳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