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성의 한라시론] '철학도 윤리도 없는' 부모에게 자녀의 성공이란?

[김용성의 한라시론] '철학도 윤리도 없는' 부모에게 자녀의 성공이란?
  • 입력 : 2023. 03.02(목)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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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전 검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안이 연일 화제다. 그 아들이 제주 출신 동급생에게 "제주도에서 온 돼지××"라는 등 온갖 욕설을 하며 괴롭혔다고 하는데, 정순신 전 검사가 서울중앙지점 인권감독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말문이 막힌다. 서울대 나온 검사 출신 아버지, 민족사관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재학 중인 아들, 분명 남이 보면 이들은 '성공'한 삶인데 뭐가 잘못돼 이렇게 엄청난 비판을 받게 됐을까? 교육적 관점에서 논해본다.

우선 올바른 '철학' 없이 '자녀 성공'에만 매달릴 경우 이는 사회적인 병폐가 될 뿐 아니라 '교육의 목적과 방향'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사회구성원 간 갈등을 조장하게 돼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순신 전 검사 아들 학교폭력 사건'과 같이 소위 배운 사람들이 교육을 차갑게 '사익 극대화'의 수단으로만 악용해버리면 우리 사회 공동체는 분열과 갈등, 불신과 냉소에 빠지고 흔들리게 된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정순신 전 검사가 자녀의 서울대 입학에 불이익이 없게 대법원까지 소송을 가져가면서 '법 기술'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점이다. 법 지식만 머리에 가득 찼을 뿐, 양심이나 도덕성은 바닥에 떨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기회에 교육이 그동안 '차가운 머리'에만 초점을 맞춰온 건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왜 배우는가? 교육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철학'을 바탕에 두고 이뤄져야 한다. 공부만 잘한다고 저절로 '따뜻한 가슴'이 채워지는 건 아니다. 교육이 잘 되면 개인 그리고 사회가 성장하리라는 믿음, 이 믿음엔 개인에 대한 인간성 존중과 사회에 대한 신뢰와 화합이 전제돼 있다.

그런데 '사람다운 사람' 교육에 우리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되물어볼 일이다. 입시교육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철학이나 윤리는 여전히 '관심 밖'에 있진 않은가? 사회구성원 간 복잡한 이해 대립과 갈등이 일상화되는 현실에서 소위 '많이 배운 사람들'이 이번 사건처럼 교육을 통해 무장한 '기술'로 상대적으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차별하고 핍박하면 우리 사회 꼴이 앞으로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부터라도 '따뜻한 가슴'을 살리는 교육, 진짜 '사람다운 사람' 교육에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도 다 '교육 관계자'다.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시선과 영향력은 실로 지대하다. 정순신 전 검사 아들은 왜 그 말도 안 되는 언어폭력을 했을까? 스스로를 철학적·윤리적으로 제어할 수는 없었을까? 그러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모는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평소 '생각이 반듯한' 가정교육을 못 받은 탓이 크다. 부모에게 '자녀 성공'보다 더 중요한 건 정말 없었던 걸까? <김용성 시인·번역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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