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가 제주도 문화체육교육국의 '7쪽' 분량의 주요 업무계획 보고 자료에 불쾌감을 표출했다. 제주도정의 올 한 해 문화·체육·교육정책이 겨우 7쪽에 담긴 요점정리식 계획 보고에 "도의회 무시"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3일 제주도의회 제413회 임시회가 속개된 가운데 제주도의회 문광위는 제3차 회의를 열고 도 문화체육교육국,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제주학연구센터,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제주도체육회, 제주도장애인체육회로부터 2023년도 주요업무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도 문화체육교육국이 제출한 2023년 주요 업무 보고 자료가 이날 오전 회의 내내 도마에 올랐다.
이날 첫 질의에 나선 강상수 의원(국민의힘, 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서홍동)은 업무보고자료에 대해 "굉장히 실망했다"며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타이틀만 있고 내용이 없다. 업무보고가 뭔가. 올해 계획한 일을 도민들과 공유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업무보고를 한다는 건 도의회를 무시하는 행위가 아닌가 그렇게 의심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오성율 도 문화체육교육국장은 과거부터 업무보고 양식이 바뀌지 않고 있음을 언급하며 좀 선진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중앙부처와 타 지자체의 업무보고 형식이 이런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이어 강 의원이 "이런 식으로 요점정리해서 와버리면 이게 업무보고냐"며 세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점을 짚으며 "오죽하면 자료 요청을 하느냐"는 지적에 "(이 정도면)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며 "충분히 질의하시면 소상히 답변하겠다"고 답했다.
다음 질의에 나선 박두화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도 가세해 "지난 7월 업무보고를 보면 추진방향, 상황, 계획에 대해 상세하게 적혀 있어 어떤 내용인지 이해도 되고 대충 알 수 있었다"고 하자 오 국장은 "과거에 의회에서 의회 업무보고 형식이 똑같으니 문구와 숫자만 바꿔서 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해해줄 것을 부탁했다.
박 의원은 "새로운 시도는 높이 평가할 수 있는데 그래도 업무보고라면 한해 문화, 체육, 교육 정책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올 한해 할 것인가에 대해 제대로 방향키를 잡고 도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에 보고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다음엔 자세하게 세부계획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계속해 양경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노형동갑)도 "97쪽 중 7쪽만 주요 업무계획 보고자료다. 의원들이 다 지적하는데 국장님은 잘했다고 하시는거냐", "지금 사업별로 의원들에게 다 설명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질타하는 등 업무보고자료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그제서야 오 국장은 "추후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와관련 의원들의 지적은 계속됐다.
정민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삼도1·2동)은 "업무보고 자료 보고 깜짝 놀랐다. 문체부와 지사에게는 집행부의 일이니 그렇게 보고해도 되지만 의회는 집행부가 아니"라며 "업무보고 자료는 의회에 제출되면 오픈되는 거다. 그 부서가 1년 동안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이승아 위원장.
정 의원은 또 "다른 제주도청 부서는 선진적이지 못한 건가?"라며 오 국장의 '선진적이지 못하다'는 발언이 부적절했음도 꼬집었다. 이에 오 국장은 "단어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다면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홍인숙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아라동갑)도 "의원님들과의 업무보고 관련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답답함을 갖는다"며 다른 의원들과 같은 생각임을 밝혔다.
오전 업무보고 자료에 대한 질타는 이승아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오라동)의 일갈로 마무리됐다.
이 위원장은 "오늘 이 시간은 업무보고 자리다. 도민들에게 23년도 행정의 사업을 보고하는 자리고 그 보고를 의원들이 대신 받고 있다"며 다시금 업무보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보완하겠다, 제출하겠다 하면 될 것을 지사님께도 이렇게 보고했으니 도민들도 이렇게 보고받아라라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우리는 도민을 대신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그러면 지사도 국장님도 아닌 도민의 관점으로 자료를 제출해야하는 것이다. 차후에 보고할 일을 이렇게 힘들게 하시나. 시간적으로 행정적으로 낭비하는 결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