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 풀 같은 시 가꾸리라… 제주 고정국 시조집

풀밭에 풀 같은 시 가꾸리라… 제주 고정국 시조집
단시조 119편 묶은 '꽂은 제 형상보다 슬픈 소리를 감추고 있다'
'민들레 행복론' 등 창작 마음가짐·삶의 보법에 대한 성찰 등 담아
  • 입력 : 2026. 07.06(월) 18:13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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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국 시인(왼쪽)이 단시조 119편을 추려 신작 시조집을 냈다.

[한라일보] "바로 이 맛이야, 한평생 우려낸 맛// 저처럼 나도 익어/ 잘 당기는 시(詩)를 낳아// 뜨겁게 빨간 입술로/ 빨려들고/ 싶어라"('홍시' 전문).

 고정국 시인이 최근 펴낸 '꽃은 제 형상보다 슬픈 소리를 감추고 있다'(목언예원 출판사)는 이 시조처럼 "한평생 우려낸 맛'을 닮으려 한다.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없애며 마지막까지 남은 시어들로 노래한 단시조를 추려서 묶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작품 제목이나 내용 중에 일부 가필한 시조를 포함해 이번 작품집에는 '계절 다큐멘터리' '느낌표가 셋이다' '꽃은 제 형상보다' '객창일지' '수평선에 피는 꽃' '고요보법으로' '풀밭에 풀처럼 살다가' 등 7개 장으로 나눠 119편이 실렸다. 이들 작품엔 창작의 마음가짐, 삶의 보법에 대한 성찰 등이 느껴진다.

 그의 주변에서 자라는 식물을 찬찬히 관찰한 뒤 읊었을 시조 중에는 "앉은뱅이 들꽃"인 민들레에 몸과 마음을 기울인 작품들이 보인다. 시인은 '민들레 행복론 따라'에서 빗물만 마시고도 원망을 않고, 낮은 데 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민들레의 모습에서 행복을 본다. 연달아 배치된 '민들레로 내리시어' '황제와 민들레'에서도 민들레의 품성이 드러난다. 그것은 때로 바다에 피는 성난 꽃이 되어 잠든 이들을 깨우는('제주 민들레') 존재로 등장한다.

 시조집의 끄트머리에 놓인 '풀밭에 풀처럼 살다가'는 시인의 또 다른 다짐으로 읽힌다. 전문을 옮긴다. "이제 풀 가까이 몸가짐을 낮추리라// 초록 물 뚝뚝 지는 그런 시를 가꾸리라// 풀밭에 풀처럼 살다가// 시만 두고//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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