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마을 벚나무 그루터기 둘러싼 마을 갈등 첨예

제성마을 벚나무 그루터기 둘러싼 마을 갈등 첨예
제주시 14일 오전 이식 작업 시도 주민 대치
마을회 "그루터기 살리기 위해 이식하는 것"
벚나무 대책위 "원래 자리 그대로 보존해야"
  • 입력 : 2023. 03.14(화) 16:05  수정 : 2023. 03. 15(수) 16:20
  • 김도영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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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입구에서 진행된 그루터기 이식 작업을 벚나무 대책위원회가 막아서며 양측이 대치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도로 확포장 공사로 제거된 제주시 제성마을 벚나무와 관련한 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남은 벚나무 그루터기 이식 작업을 둘러싸고 마을 주민들이 대치했다.

제주시는 14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 입구 도로변에 위치한 벚나무 그루터기 이식 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이식 작업의 목적은 새로 조성될 인도 한가운데에 벚나무 그루터기가 위치해 있어 보행 공간 확보를 위해 약 1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이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현장에 있던 제주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이식 작업은 마을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벚나무 대책위원회 오면신 위원장 등이 그루터기 옆에서 굴착기를 막아서며 작업은 중단됐고, 오 위원장 측과 현 제성마을회 관계자들이 언성을 높이며 대치하자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이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

현 제성마을회 관계자는 "지난 2월 19일 마을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된 벚나무 그루터기에 대해 대다수의 주민들이 이식에 동의했고 제주시에 정기총회 내용을 제출하고 이식 작업을 요청했다"며 "벚나무를 살리고 가꾸기 위해 이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성마을 인근 도로 확포장 공사는 주민들의 숙원 사업으로 현재 위치에서 10m가량 그루터기를 옮겨 심고 주변을 소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무런 권한이 없는 오 위원장 등이 작업을 방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오 위원장은 "벚나무 그루터기가 있어도 인도 보행공간은 확보된다"며 "훼손된 제성마을 벚나무와 같은 30년 이상 된 벚나무 12그루를 똑같이 심고 마지막 남은 그루터기를 보존하는 것이 벚나무 대책위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는 "며칠 전 현장에 왔을 때 그루터기 뿌리가 드러나 있어 제주시에 주민과 협의하기 이전에라도 흙을 덮어 줄 것을 벚나무 대책위에서 요구했지만 제주시는 한 삽의 흙도 나무뿌리에 덮지 않았다"며 "오늘 직접 삽을 사서 흙을 덮으러 왔는데 작업자들이 도끼와 곡괭이로 뿌리를 훼손하며 작업하고 있었다"고 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제주시는 벚나무 그루터기 이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비춰 앞으로 또 다른 갈등이 예상된다.

제주시 관계자는 "인도 조성과 보행공간 확보를 위해 이식을 진행할 예정이며 재개 시점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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