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제주시 오라2동 아연로 구간에 벚꽃이 만개해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오래된 벚나무가 자리 잡아 벚꽃터널로 유명한 제주시 아연로 구간에 도로 확장 공사가 추진되면서 벚나무 가로수 존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제주시에 따르면 제주시 오라2동 정실마을 월정사에서 연동 KCTV사거리로 이어지는 아연로 2.7㎞ 구간에 대한 도로 확포장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시는 지난 2월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해 현재 용역이 진행 중으로 2차선인 도로를 폭 20m의 4차선 도로로 확장하는 기본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오는 9월이나 10월쯤 실시설계 용역이 완료되면 행정 절차와 주민 협의 등을 통해 빠르면 오는 11월쯤 착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까지 확장 도로에 포함되는 토지의 78%에 대한 토지 보상이 완료됐다.
해당 구간은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가 자리하고 있어 벚꽃터널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차량 통행량에 비해 도로가 좁고 보행로도 확보되지 않은 구간이 많아 안전사고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실마을 주민 70대 A 씨는 "도로 폭이 좁아 통행이 불편하다"며 "특히 퇴근시간에는 KCTV 사거리부터 시작된 차량 정체가 오라동 재활용도움센터까지 이어질 정도로 정체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현장을 살펴보니 보행자들이 지나야 할 인도는 도로 한쪽에만 설치된 곳이 다수였고 인도가 없는 도로에서는 차량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보행자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거대한 벚나무 가로수가 인도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구간도 있어 충분한 보행로가 확보되지 않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실제 지난 22일 오후 4시쯤에는 이 구간에서 트럭과 보행자 간 교통사고가 발생해 70대 여성이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기도 했다.
교통 흐름과 보행자 안전을 위해 도로 확장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가로수 제거나 이식이 필요한 만큼 벚나무 등 가로수 존치 여부를 두고는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시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벚나무 제거나 이식 등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시 관계자는 "4차선 도로로 확장하는 것이 기본계획이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며 "오래된 수령의 가로수 문제 등도 있어 제주도 공공건축가 자문회의에 가로수 해결 방안에 대해 자문을 의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5월쯤 해당 구간 가로수에 대한 측량을 실시할 계획으로 용역이 완료되면 자문회의 결과와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벚나무 가로수 해결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며 "유관 부서와 협의해 벚나무의 이식이 가능하다면 확장 도로 뒤로 이식을 할 수도 있고, 용역이나 자문회의에서 해당 도로에 기존 벚나무 가로수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면 다른 나무로 대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거대한 벚나무가 아연로 인도 한가운데 자리잡은 모습. 김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