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1박2일에 약 500만 원(50만 엔). 소수의 VIP들만을 위해 카드회사에서 마련한 아주 특별한 휴가, 프로젝트 '당신에게, 고향을'.
이 프로젝트는 애틋한 엄마와 보기만 해도 그리운 시골집을 비롯 마을 하나를 동원해 고향이라곤 모르는 도시인들에게 귀향의 기쁨을 안겨주는 대규모 기획이다. 가짜 엄마, 가짜 고향인 것이다.
"있지도 않은 고향과 있지도 않은 어머니를 찾아서 그 집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은 도시에서 태어나 성실하게 살아왔으나 현실에 지친 중장년층이다. 독신으로 살며 일에 집중한 끝에 식품 기업의 사장으로 승진했으나 모든 것이 헛헛해지기 시작한 노년의 직장인과 은퇴와 동시에 황혼 이혼을 당한 제약회사의 영업부장, 그리고 하나 있는 가족이었던 어머니를 잃은 중년의 여의사다.
유토피아와도 같은 마을에서 깊은 안식을 얻는 이들은 이 프로젝트가 더 없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눈물이 날 만큼 소중한 고향을 체험"한 그 만족감과 감동을 누군가에게 쉽게 말할 수 없다. "그 말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있지도 않은 고향을 돈으로 사려고 하는 고독한 사람임을 고백하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또다시 그곳으로 향한다.
아사다 지로가 '나의 마지막 엄마'로 돌아왔다. 일본에서 출간 즉시 서점들에서 종합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책이다. 이번에도 그는 우리 가장 깊은 곳의 허전함을 찾아내 기어코 눈물을 흘리게 한다.
이들의 '고향'이 되어준 도호쿠의 산골 마을은 인구의 50% 이상이 65세를 넘어 곧 소멸을 앞둔 '한계부락'이다. 이선희 번역가는 원문의 도호쿠 사투리를 전라남도 곡성의 입말로 옮겨 그 감동까지 고스란히 살렸다.
책의 마지막 이야기 줄기는 '엄마'다. 엄마가 되는 대가로 카드회사에서 돈을 받지만 그가 낯선 자식들을 품어주었던 진짜 이유는 책의 끝에 암시되는 험난한 세월 속에서 겪었던 상실의 고통이었다. 그래서일까. '엄마'가 죽고 유토피아가 부서지고 나서도 가짜 자식들은 절망이 아닌, 누군가에게 손을 뻗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옮긴이는 "이 작품은 아사다 지로가 고향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자 '해독제'"라고 말한다. "앞만 보고 열심이 달려오느라 쌓인 마음의 독,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아서 쌓인 정신의 독, 가장 소중한 사람들도 돌보지 못했다는 후회의 독. 그런 독들을 떨쳐내고 속이 후련하게 웃을 수 있기를"바란다. 다산북스. 1만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