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알뜨르 비행장 평화대공원 용역에 대한 도의회의 비판적 의견을 보면서 평화대공원 조성의 기본취지는 공감하지만 오히려 대규모 개발로 인해 역사경관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점도 적지 않다. 알뜨르 비행장과 같은 유형적 문화유산은 눈에 보이는 실체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 살아있는 실물의 모습과 촉감 그리고 공간적인 분위기로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건축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문화유산이 존재할 수 있는(혹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측면 중의 하나가 구조체라는 인식과 실물의 모습을 이루는 물체, 즉 구조체에 의해 구체화된 공간을 건조물로 인식하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공간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거나 사회적 수요에 대응해야 할 필요에 의해 건조물의 기능을 실현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간이다. 따라서 상징적인 의미와 사회적 요구가 변화해 가면 공간 그 자체는 남게 되거나 새로운 의미와 요구에 따라 전화(轉化)하게 된다. 이에 대응하지 못하게 되면 소멸(消滅)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간만이 건조물은 아니다. 인간의 생활, 사회생활 등을 지탱하는 기반으로서의 공간과 그것에 부속하는 기능, 그 공간을 지상에 구체화해 정착하게 하는 물체로서의 건조물이 있는 것이다. 건축물이 내구성을 상실하게 되면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알뜨르 비행장은 건조물과 남겨진 땅의 기억으로 혼재돼 있는 문화유산의 두 가지 요소를 가진 자산이다. 약 18개의 격납고가 상당히 양호한 상태로 잘 보전되고 있는 상태이며 지면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우나 높은 곳에서는 활주로의 형태로 잘 파악할 수 있다. 알뜨르 비행장과 격납고로의 접근의 비교적 용이한 편이지만 알뜨르 비행장 및 격납고 전체를 돌아보기에는 전반적으로 도로 여건상 접근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따라서 알뜨르비행장과 주변 마을을 시야에 두고 불필요한 공사를 지양하고 접근성과 보전, 활용의 가능성,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장소를 선택해 활용하는 방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알뜨르 비행장과 주변 지역 그 자체가 역사적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역사경관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가능한 불필요한 개발을 지양해야 한다. 둘째 접근성, 보존상태, 주변자원활용 가능성을 고려하되 주변 지역에 분포돼 있는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해 단순히 지나가며 방문하지 않도록 유도해 활용한다. 셋째 모든 유적을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활용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에 보존상태와 접근성, 주변 자원 활용 가능성을 고려해 몇 곳의 권역으로 구분해 각 권역별로 특징적인 진지동굴을 역사교육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넷째 격납고의 크기와 상태, 그리고 주변 장소 여건을 고려해 확장 보수 등을 통해 음악 및 전시공간, 소규모의 근현대사 역사관과 같은 문화시설을 최소한으로 조성 활용해야 한다.<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