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엉장메코지는 육지와 가깝게 바다를 향해 길이 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제주도를 창조했다고 전해지는 설문대할망이 육지와 이어지는 다리를 만들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설문대할망은 제주 백성들의 염원이었던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어 주는 조건으로 자신이 입을 속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명주 100동을 모아달라고 한다. 사람들은 있는 힘을 다해 명주를 모았으나 99동밖에 모으지 못해 설문대할망은 다리를 놓다가 중단했고 제주도는 그대로 섬이 됐다고 한다.
육지와의 연결은 제주 사람들의 오랜 열망이었다. 그날 마지막 한 동을 모아서 다리가 만들어졌다면 지금 제주의 삶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비행기와 배가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제주와 육지를 오고가지만 여전히 지리적, 기후적, 경제적 영향으로 도서 지역의 애로점이 존재한다.
제주도에서 주로 현무암을 가공해 사용되는 자연석 판석과 경계석은 석재기업에서 돌을 채취한 후 깎아서 납품하는데, 주기적으로 돌의 품질을 검사해야 한다. 그러나 제주에는 전문검사기관이 없어 왕복 항공료와 출장비, 화물 택배 등의 검사 비용이 추가되는 것은 물론 운반 시 파손되는 경우 납품 기업에서 모든 비용을 떠안아야 했다. 뿐만 아니라 검사 소요기간도 상당하여 납품기한을 맞추기에도 부담이 됐다. 조달청은 조달기업이 복잡한 절차와 규제에 발이 묶이지 않고 제주도와 같은 도서 지역에서는 석재 제품을 납품받는 기관이 직접 검사할 수 있도록 도서 지역 납품검사 방식을 현실화해 기업의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했다.
조달청은 정부 국정목표인 '민간중심 역동경제' 실현을 위해 공공조달 규제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부총리 주재 '경제규제혁신전담팀'을 통해 그동안 개선방안을 검토해 온 138건의 과제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공조달분야는 명시적인 법·규정상의 규제보다 현장의 지침, 관행, 계약조건 등에 숨어있는 소위 그림자규제가 많다. 조달청은 현장·체감·대안의 3대 원칙하에 숨은 '현장'규제를 우선적으로, 조달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가급적 덜한 '대안'을 모색해 공공조달 현장 규제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제주지방조달청은 지난 4월 '조달현장 규제혁신 현장소통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달현장 규제 개선 내용을 설명하고 업체들이 현장에서 직접 겪는 애로사항 등을 청취해 조달행정에 숨어있는 관행적 그림자 규제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공조달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 수단이어야 한다. 앞으로도 적극행정을 통해 기업의 손과 발이 돼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 규제혁신으로 역동적인 조달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황광화 제주지방조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