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愛 빠지다] (4)볍씨학교 교장 이영이씨

[2023 제주愛 빠지다] (4)볍씨학교 교장 이영이씨
"제 고향은 푸른 동백동산을 가진 제주"
  • 입력 : 2023. 06.21(수) 00:00  수정 : 2023. 07. 12(수) 11:07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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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서 15명의 학생들과 함께 꿈과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이영이 볍씨학교 교장. 지난 2013년 푸른 숲을 찾아 제주에 온 그는 어느새 제주살이 11년 차를 맞고 있다.

[한라일보] "내가 찾은 제주라는 고향, 아이들에게도 언젠가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과 그곳이 제주라는 것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서 15명의 학생들과 함께 꿈과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볍씨학교 교장 이영이(62) 씨의 말이다.

이 씨는 제주로 이주한 지 11년 차인 이제는 제주 사람이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2001년부터 초등 대안학교 '볍씨학교'를 운영하던 그는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었다. 그러다 2013년 1월 한 달간의 휴가를 얻어 푸른 숲을 찾아 제주에 오게 됐다.

건강한 숲 찾아 떠나 온 제주살이 어느덧 11년 차
볍씨학교 학생들의 훌륭한 선생님이자 든든한 친구
"자연이 주는 효과 지대… 아이 키우는 부모에 추천"


그는 "한국에서 산소를 줄 수 있는 푸른 숲을 인터넷으로 막 찾아봤다. 그러다 선흘의 동백동산을 발견했고 '여기에 가면 산소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무작정 제주에 왔다"며 "선흘에서 지내면서 건강도 회복하고 동네 주민들과도 가까워졌다. 당시 볍씨학교 아이들은 1년 동안 자급자족하고 졸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제주가 딱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볍씨학교 아이들도 이곳에 오면 좋을 것 같아 이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해 3월 이영이 씨는 6명의 아이들과 함께 제주에 왔다. 선흘리 이웃집에 머물며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고 살 집을 수리해 제주 생활을 시작했다.

볍씨학교 학생들은 5살 유치원 과정부터 공교육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8학년까지 광명에서 수업한다. 이후 9학년이 되면 제주 볍씨학교로 내려와 1년을 보내고 졸업한다.

학생들은 마을에 있는 선흘초등학교에서 교사가 돼 '살림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인문학 수업, 합창, 영어, 역사, 풍물, 마임 등 다양한 수업을 받고 있다. 또 일주일에 3일은 세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 양파를 심고 녹차를 따거나 귤을 수확하는 등 농사일도 배우고 있다. 이영이 씨는 아이들의 훌륭한 선생님이자 든든한 친구로 제주에서의 시간을 안내하고 있다.

그는 "동백동산이라는 숲이 아이들을 잘 키워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며 "자연만큼 큰 스승은 없고 바다와 숲, 마을이 살아있는 제주도의 자연은 더 특별하다. 특히 공동체성이 살아있고 자긍심이 있는 선흘 주민들과 함께하며 아이들은 도시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깊은 정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이 씨는 제주살이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만족도 차원이라기보다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부모님 고향이 이북이셔서 어렸을 때부터 고향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명절에 고향에 가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며 "제주에 와서 나의 고향을 찾은 느낌이고 우리 아이들도 힘들면 쉬러 올 곳, 언젠가 돌아올 곳이라고 제주를 생각하고 느낀다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제주살이를 추천했다. "아이가 있는 분들이 제주에 오면 좋을 것 같다. 어리면 어릴수록 아이들의 오감을 다 살려줄 수 있는 자연이 주는 효과가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이영이 씨는 제주가 일상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충전할 수 있는 곳, 조용하고 자연 속에 머물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서 개발의 바람이 더 이상 불어오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동백 숲이 가지고 있는 치유와 회복의 힘을 더 많은 사람들이 받아봤으면 좋겠다"며 "아침에 동백동산을 달리고 오면 하루를 살아갈 힘이 생긴다. 그 힘으로 최선을 다하는 하루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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