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의 하루를 시작하며] 오영훈 도정에게 바란다

[김동현의 하루를 시작하며] 오영훈 도정에게 바란다
  • 입력 : 2023. 06.21(수)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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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안정된 영남대 교수직을 던지고 성장주의의 본질을 알리고자 했던 김종철 선생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년이다. '근대 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라는 책에서 김종철 선생은 자본주의적 성장의 본질이 제국주의적 착취에 기반한 지속불가능한 문명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몇 해 전 일본의 마르크스 전공자 사이토 고헤이가 펴낸 '지속불가능 자본주의'가 일본과 한국의 독서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보면 김종철 선생의 '생태문명'에 대한 성찰이 얼마나 앞선 사상이었는지 가늠이 된다.

1960년대 개발담론이 제주사회의 주류로 등장한 이후 제주의 역사는 개발과 반개발의 대결 과정이었다. 제주개발특별법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은 이러한 개발주의가 닿은 종착지다. 민선 이후 제주도정의 책임자였던 신구범, 김태환, 우근민 전 지사들은 성장주의 신봉자였다. 제주판 3김 청산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만들어 낸 원희룡 전 지사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오영훈 지사의 당선은 제주 정치사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만 하다. 그것은 지역에서 정치에 입문하고 국회의원으로 성장했던 토착 정치 세력이 제주 정치의 주류로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오영훈 지사 취임 1년이 지났지만 과연 오영훈 지사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도민들이 당시 오영훈 후보를 선택한 이후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시대를 바꿔 달라는 주문이기도 했다. 그것은 과거 전임 도정 시절의 오래된 적폐였던 기득권, 관료 사회와의 결별을 통해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을 열어달라는 요구이기도 했다.

기후 위기의 시대의 정치, 더 이상 생태적 문제를 논외로 할 수 없는 시대에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달라는 일련의 주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영훈 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상장기업 유치, 우주산업 개발 등 성장 우선주의 정책을 표방하고 나섰다. 오랜 갈등이었던 제2공항 문제 역시 '제주도민의 시간이 올 것이다'라는 수사 뒤에서 본질적인 해결은 외면하고 있다. 오영훈 지사가 업적으로 꼽는 제주 4·3 역시 마찬가지다. 완전한 해결이 아닌 정의로운 해결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지만 무엇이 정의로운 해결인지는 말하지 않는다.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역사의 시간 속에서 봉인된 사람들이 있다. 최소한 4·3특별법 제정 이후 헌법재판소의 부대 의견으로 희생자에서 철회된 사람들의 문제는 지금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하는 과제다. 죄가 없다는 무죄 증명이 아니라 죄가 아니라는 '죄 아님'의 선언을 이제는 당당히 이야기해야 할 때다. 국제 행사에 참석해서 제주 4·3 해결의 주역이 자신이었다고 자랑할 때가 아니다. 4·3은 몇몇 정치인들만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역사의 침묵을 거부했던 수많은 도민들이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숨죽인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수만 영령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죽음 앞에서 겸허의 옷깃을 매지 않는다면 어찌 4·3을 말할 수 있겠는가.<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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