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젊음 바친 '호국의 형제' 73년만 고향에 잠들다

푸른 젊음 바친 '호국의 형제' 73년만 고향에 잠들다
서귀포 대정읍 출신 허창호·허창식 형제 유해 제주호국원 안장
19세·17세 형제 6·25 참전했다 산화… 지난 3월 동생 신원 확인
유전자 채취 참여 결정적… 유족들 "가족 찾아 너무나 감사하다"
  • 입력 : 2023. 06.28(수) 15:50  수정 : 2023. 06. 29(목) 17:09
  • 김도영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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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호국의 형제\' 안장식을 엄수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푸른 하늘 속 가랑비가 흩날리던 제주호국원 묘역에 6·25전쟁에 참전해 쪽빛보다 푸른 젊음을 바친 제주의 형제가 73년 만에 만나 나란히 잠들었다.

국방부는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 주관으로 '호국의 형제' 故 허창호 하사와 故 허창식 하사의 안장식을 엄수했다.

국방부는 이날 안장식을 형제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호국의 형제'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6·25전쟁 전사자 형제가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국적으로는 4번째 형제 안장 사례로 기록됐다.

이날 안장식은 고인에 대한 경례, 경과보고, 추모사,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 영현 봉송, 하관 및 허토, 조총 및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두 형제 중 형인 故 허창호 하사는 3남 1녀 중 첫째로 1931년 태어나 6·25전쟁 발발 직후 1950년 9월 제주도에 있는 5훈련소에 입대해 국군 11사단에 배치됐다. 이후 1951년 1월 11사단이 전북 순창 지역에서 후방을 교란한 공비들을 소탕하는 호남지구 공비토벌 작전에서 만 19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했으며 유해는 전사 직후 수습돼 1958년 제주 충혼묘지에 안장됐다.

故 허창식 하사의 유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제공

동생인 둘째 故 허창식 하사는 1933년생으로 형을 뒤따라 같은 달 5훈련소에 입대해 국군 11사단에 배치됐다. 이후 전남 영암에서 호남지구 공비토벌 작전에 참전해 형을 잃은 슬픔을 뒤로한 채 강원 양양으로 이동, 1951년 5월 강원 인제 저항령 일대에서 북한군 6사단을 상대로 싸운 설악산 부근 전투에서 만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장렬히 전사했다.

지난 2011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12사단은 고 허창식 하사의 유해를 험난한 산악 암석지대인 강원 인제 저항령 정상에서 발굴했다.

당시 발굴 현장에 참여했던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영현 소대장 류수은 상사는 "현장까지 올라가는데만 4시간이 걸리던 험준한 산악지대로 故 허창식 하사님의 유골은 바위틈에 산재돼 있었다"며 "넙다리뼈를 시작으로 발가락뼈, 발목뼈 등을 수습했으며 늦게나마 고향인 제주도로 모실 수 있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28일 국립제주호국원에서 열린 '호국의 형제' 안장식에서 영현 봉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상국기자

故 허창식 하사의 신원 확인은 동생인 허창화(88) 씨의 유전자 시료 채취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허 씨는 지난 2021년 4월 서귀포시 서부보건소를 찾아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고 이후 발굴 유해와 유전자 정보를 정밀 분석해 지난 3월 207번째로 신원이 확인됐다.

이날 안장식에서 동생 허창화 씨는 "형님들을 찾아서 함께 모실 수 있어 너무나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허창화 씨의 아들이자 故허창호·허창식 하사의 조카인 허만영(62) 씨는 "아버지의 한을 풀고자 유전자 채취에 참여했고 지난 3월 작은아버지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고 믿을 수 없었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치열한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미어졌지만 오늘 이렇게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를 함께 모실 수 있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호국의 형제'의 가족으로써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살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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