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도가 2027~2029년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목표로 본격 준비에 나섰다. 도민들이 '큰 병원'을 찾아 타 지역으로 향해야 하는 부담을 덜고, 도내 종합병원의 진료 역량을 키우기 위한 해답으로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 요구는 수년간 제기돼 왔다.
▶제주도민 원정 진료비, '연 1080억원'=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 관련 의료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종합병원이다. 보건복지부가 3년 주기로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병상, 시설, 의료인력 등을 평가해 권역별로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서울에 14곳, 강원도 2곳 등 모두 45곳이 지정됐다.
제주도는 상급종합병원 제도가 시행된 2011년부터 지역 의료 이용 행태와 인구 수 등의 이유로 서울 권역에 포함됐다. 이에 항공편이나 응급 헬기를 통해 환자를 수도권으로 이송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유명 대형 병원들과 경쟁해야 하는 구조인 탓에 도내 종합병원들의 상급종합병원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도내 중증 환자들의 '원정 진료'와 이로 인한 의료비 도외 유출도 불어나고 있다. 제주에 중증환자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 없어서다.
지난해 제주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작성한 '제주도 종합병원 진료 인프라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입원 치료 환자의 16.5%인 1만6109명이 도외로 원정 진료를 간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들이 도외 병원에 지출한 의료비는 1080억 원으로 전체 도민 의료비의 25.4%에 달했다. 환자와 보호자가 부담하는 항공료와 숙박비 등 부대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이뤄질 경우 '큰 병원'을 찾아 도외로 이동하는 도민들의 불편이 줄어드는 데 더해, 의료체계가 분업화되면서 의료 수준이 향상되고 우수한 의료진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도민이 받는 의료보혐비 대비 혜택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 전담조직 구성.. '진료권역 분리' 건의=제주도는 2026년에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신청해 2027∼2029년 상급종합병원 지정·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5기 상급종합병원(2024~2026년) 지정 기준에 따르면, 이번 역시 제4기(2021~2023년)와 마찬가지로 제주의 진료권역은 서울권역에 묶여 있다.
제주도는 "현재 도내 종합병원들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평가 기준을 충족할 의료인프라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하며, 2027년(6기) 지정을 목표로 신청을 미뤘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도의회, 도내 종합병원, 언론, 시민단체 등 분야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담조직(TF)을 구성했으며, 오는 13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특히 도는 제주권을 단일 권역으로 분리해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내년부터 보건복지부 주도로 진료 권역 분리에 대한 타당성 검토 용역도 시행된다.
앞서 상급종합병원 신청에 앞서 제주도가 제주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통해 '제주도 종합병원 진료 인프라 현황 분석'을 벌인 결과에서도 제주를 단일 진료권역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과정에서 권역별 소요 병상 수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동원 제주도 도민안전건강실장은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민선 8기 제주도의 핵심 공약"이라며 "도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보다 탄탄한 의료 안전망을 구축하도록 제주권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