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민원 넣어도 그대로… 무장애 관광지 언제쯤"

[현장] "민원 넣어도 그대로… 무장애 관광지 언제쯤"
[윤선 씨의 휠체어 제주 여행] (하)
관광약자 이용 가능 '장애인 콜택시'
다인승 1대뿐에 대기시간 길어 불편
도내 유명 관광지서도 이동 가로막혀
"제주여행 장애인 이야기 들어줬으면"
  • 입력 : 2023. 07.15(토) 21:30  수정 : 2023. 07. 18(화) 17:29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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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는 '무장애 관광 선도도시'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전윤선 씨는 제주 여행에서 여전히 먹고 자고 이동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제주 여행을 가면 이동 수단 문제가 커요. 단체로 가지 않는 이상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데, 다인승 차량이 한 대뿐이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죠. 휠체어를 타는 지인 서너 명이 여행할 땐 1인승으로 나눠 이동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대기 시간 때문에) 제일 먼저 탄 사람이 1시간이 넘도록 기다려야 하는 일도 생기고요." (전윤선 씨, 지체장애인)

무장애 관광의 기본 중에 하나가 자유로운 이동이다. 하지만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에겐 여러 제약이 따른다. 휠체어 이동까지 고려해야 하는 탓이다. 다행인 것은 휠체어와 함께 탑승 가능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일상생활이 아닌 여행의 영역에선 불편함이 더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도가 보유해 운영 중인 장애인 콜택시(다인승). 도내 장애인 콜택시 68대 중에 다인승은 1대이다. 사진=전윤선 씨

|함께 여행하는데 이동은 따로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가 보유해 운영 중인 장애인 콜택시(특별교통수단)는 68대이다. 교통약자 이동 지원을 위한 '바우처 택시'(일반 택시) 140대도 가동되고 있지만, 휠체어를 타지 않는 장애인 전용이다. 휠체어를 쓰는 지체장애인 등은 휠체어 탑승 장비가 장착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장애인 콜택시는 거의 대부분 1인승(휠체어석 기준)이다. 전체 68대 중에 1대만이 다인승이다. 휠체어 이용자 4명까지 탑승 가능한 차량이지만, 휠체어 종류와 크기에 따라 탑승 인원이 최대 4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다. 다인승 차량이 1대뿐인 데다 탑승 인원에도 변수가 있어 윤선 씨 일행처럼 따로 이동해야 하는 일이 빚어진다.

이러한 불편을 감안하더라도 매번 택시를 기다리는 데 상당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도내 장애인 콜택시 대기 시간은 지난해 평균 28분11초에서 올해(5월까지) 25분28초로 줄었지만, 한 명 이상이 차량 1대씩 따로 이동할 경우 체감 시간은 이보다 길어질 수밖에 없다. 관광약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방안으로 장애인 콜택시 확대 운영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법정 대수가 정해져 있고, 제주는 이를 충족한 상태"라면서 "법정대수를 넘어선 경우 (차량 구입 시에) 국비가 전혀 지원되지 않아 섣불리 늘릴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인승 차량 추가 확보는) 차량 이용실적과 전체 이용자의 대기시간 단축 효과 등을 감안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동지원 수요를 검토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귀포 성산읍 섭지코지. 이곳 등대 가는 길에 있는 계단 4개로 인해 윤선 씨는 매번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고 했다. 사진=전윤선 씨

|"장애인 관광객 얘기 들어주세요"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는 '무장애 관광 선도도시'를 향하고 있다. 교통약자가 이동 제약 없이 제주를 여행할 수 있도록 구축한 '휠내비길'(휠체어사용자 길안내서비스)을 지난해 전국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밝힌 목표이기도 하다. 윤선 씨도 이러한 변화가 반갑다. "보행 장애가 있어도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이 늘었다"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여행의 기본인 먹고, 자고, 이동하는 것을 여전히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는 아쉬움이 크다. 많은 사람이 찾는 제주 유명 관광지에서조차 계단, 높은 턱 등에 가로막혀 돌아서는 일을 지금도 겪고 있다. 올해에만 세 번 제주 여행을 다녀간 그는 당시 겪었던 불편을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민원으로 제기했지만 쉽게 바뀔 거라 기대할 수 없어 더 씁쓸하다.

"저는 제주가 오키나와, 하와이 같은 섬보다 좋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만큼 자주 찾기도 하고요. 그래서 (무장애 관광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점은 민원을 넣기도 하는데, 10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는 것도 많아요. 섭지코지 등대 가는 길만 해도 그래요. 단지 계단 4개 때문에 올레길로 진입할 수 없어 경사로로 개선해 달라고 몇 번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지요. 제주 여행자 입장에서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관광약자들의 불편이 조금 더 빨리 개선되고 제주 여행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요."

* 지체장애인인 전윤선 씨는 2007년 첫 제주 여행을 시작으로 휠체어를 타고 꾸준히 제주 찾고 있습니다. 여행작가이자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이기도 한 그는 제주에서 '장애'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길 바랍니다. '윤선 씨의 휠체어 제주 여행'은 그가 제주에서 마주했던 불편을 따라 무장애 관광지로서의 제주의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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