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교사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 제주서도 추모 물결

"같은 교사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 제주서도 추모 물결
21일 설치된 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 추모 공간 도민 방문 이어져
22일엔 김광수 교육감 찾아 헌화 "모두가 행복한 교실 위한 노력"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결의문 내고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촉구
제주교사노조·전교조제주지부도 성명 "교사 교육활동 존중 받도록"
  • 입력 : 2023. 07.22(토) 11:08  수정 : 2023. 07. 24(월) 16:2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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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 추모 공간을 찾은 김광수 교육감이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교사의 뜻을 품고 시작했으나 상처만 남고 힘드셨을 선생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곳에서는 아이들과 행복하시길, 편히 쉴 수 있길 바랍니다."(제주 동료 교사) "같은 교사로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주변의 선생님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동료가 되어야겠다 다짐해봅니다. 부디 이제는 아무 아픔 없이 편히 쉬시길."

22일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에 마련된 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 추모 공간. 고인을 애도하는 문구를 담은 메모지들이 추모 공간 한편을 채우고 있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같은 '교사'이기 때문에 그 힘듦을 공감한다"는 또 다른 메모는 수많은 교사들이 현재 교단에서 마주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번 추모 공간은 제주교사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제주실천교육교사모임 등 도내 3개 교원단체가 "교사의 존엄을 지키는 길에 함께하겠다"며 지난 21일 공동으로 설치했다. 운영 기간은 이달 23일까지다.

제주도교육청 앞마당에 마련된 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 추모 공간을 찾는 도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국기자

첫날부터 추모 공간을 찾는 교사, 학생 등 도민들의 발길이 이어진 가운데 둘째 날인 22일 오전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마치고 21일 저녁 귀도한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이곳에 방문해 헌화했다. 헌화를 마친 김 교육감은 "학부모들이 학교와 선생님들을 믿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신뢰가 깨졌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제주도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선생님과 아이들이 교실에서 사이좋게 공부할 수 있는 길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김 교육감은 이날 "모두가 행복한 교실, 학교를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고 돕도록 하겠습니다"란 문구를 쓴 메모지를 추모 공간 한쪽에 붙였다.

앞서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에서 개최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91회 총회에서 김광수 교육감 등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최근 학교 현장에서 벌어진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 사건,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깊은 성찰과 함께 굳은 책임감을 느끼며 앞으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최대한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결의문을 21일 발표했다.

시도교육감들은 이번 결의문에서 "교권 존중 문화 확산을 위해 교내 교권보호위원회 운영을 강화하고 관련 교원에 대한 법률 지원, 교원치유센터 운영 등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 왔으나 학교현장의 교권보호에는 한계가 있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위해 더욱 다각적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며 "양질의 교육을 위한 필수 조건은 교사가 스스로 교육 전문가로 존중받을 수 있는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학부모를 비롯한 사회 전체가 교사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가질 때 학교교육은 바로 설 수 있으며 학교 안에서의 학생들의 행복이 보장될 수 있음을 호소한다"고 했다.

시도교육감들은 특히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의심'만으로 교사를 학생들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교사의 교육권 박탈이라는 실질적 처벌이 이뤄지는 문제가 있고 교사를 교실에서 배제하는 즉시분리 조치는 여타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학교 내 아동학대 사안 처리 개선을 위한 아동학대처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인을 애도하는 문구를 담은 방문객들의 메모지가 추모 공간 한편을 하나둘씩 채우고 있다.이상국기자



|도내 교원단체 "안전한 교육활동 보장" 촉구

도내 교원단체들도 잇따라 입장문을 내놓았다. 제주교사노조는 21일 성명에서 서울 모 초등학교 저연차 1학년 담임 교사가 스스로의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것에 대해 "이번 사건은 여태 있어 온 교육활동 침해 또는 교권 침해의 결정체이고 예견된 사건"이라며 "제주도교육청은 제주 교사들의 교육현장을 점검하고 사태의 심각성이 한계에 달했음을 인지해 안전한 교육활동 보장을 위한 입법이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함께 대응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20일 성명에서 교육 당국을 향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안전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선생님들의 교육활동이 존중받는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이번 성명에서 지난 6월 말 도내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활동 침해 설문 결과도 공개했다. 128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4.7%(70명)가 교육활동 침해를 당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54명(77.1%)은 학생에게, 49명(70%)은 학부모에게, 11명(15.7%)은 학교 관리자에 의한 순으로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이 같은 설문 결과를 제시하며 "일부 선생님들은 이중 삼중의 교권 침해를 당하셨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마음과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의 벽에 좌절했을 마음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선생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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