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유의 특별기고] 이전 공공기관과 제주도의 상생의 길

[문성유의 특별기고] 이전 공공기관과 제주도의 상생의 길
  • 입력 : 2023. 07.31(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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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하버드대 크리스텐슨 교수는 '번영의 역설'에서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식의 '효율성 혁신'이 아니라 저개발국에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을 만들어 내는 '시장창조 혁신'을 주장했다. 그래야만 일자리 창출은 물론 그동안 없던 인프라도 유치하고 사회문화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단위 연구에서 찾아낸 이 아이디어는 지방 소멸 시대에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다양한 혁신 노력을 하는 우리 지방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당초 상반기로 예정됐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계획 발표가 보류됐다. 지역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하고자 공공기관 유치 노력을 해 온 제주도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공과를 점검해 보는 것도 유치 준비를 더 철저히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서귀포에 조성된 제주 혁신도시에는 공무원연금공단 등 8개 기관이 이전했는데,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뎠던 서귀포 지역의 인구 증가, 인프라 확충 등 지역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필자가 속한 공무원연금공단 또한 2015년 제주 이전 직후부터 지역 상생에 힘쓰고 있다. 환경보전을 위해 올레 7코스와 색달해변 관리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미래세대 양성에도 관심을 갖고 직원 기부금으로 약 30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하는 한편, 53명의 지역인재도 채용했다.

제주도 또한 대중교통 확충, 복합혁신센터 개소 등 혁신도시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전 공공기관과 제주도의 다양한 상생노력에도 혁신도시 내 상당 부지가 미개발 상태이며 교육, 주거,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미진한 점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혁신도시가 당초 기대처럼 지역 성장거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가에 대해서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전 공공기관의 특성과 규모 등 제약도 있었겠지만 이전 공공기관과 지방정부 간의 지역혁신을 위한 협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해 여러 이유로 이전 공공기관이 크리스텐슨 교수의 '시장창조 혁신'을 못 이끌었다는 것이다.

마침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시행으로 대통령 직속기구인 지방시대위원회가 발족했다. 지방투자 촉진을 위한 '기회발전특구'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으며 앞으로 세제·재정 지원, 규제특례 등 지원책이 이어질 것이다. 제주도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지역 산업 생태계 구축과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고민이 필요하고 공공기관 또한 그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제주 산업생태계 구축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연계된 공공기관 유치와 함께 제주도와 공공기관이 시장창조혁신을 위해 의기투합한다면 함께 성장해 나갈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케인즈가 표현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 충만한 제주 젊은이들이 제주에 남아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문성유 공무원연금공단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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