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선생님, 실내화 있어요?" 수줍은 모습으로 교육복지실을 찾은 아이는 뜯어진 실내화를 들고 있었다. 외국인 가정의 자녀로 한국어를 전혀 할 수 없기에 원래 나이보다 낮은 학년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한국어가 빠르게 늘어 별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있다. 학교생활에 대한 어려움도 친구, 즐거움도 친구인 아이는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문화 학생이 있다. 아침부터 교실 바닥에 뒹굴거나 더우면 거리낌 없이 윗옷을 벗고, 한국어 공부를 해보지만 실력이 늘지 않는 학생이다. 한국어로는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아 아이도 답답하고 담임교사도 힘들다. 위험한 행동을 하진 않지만 불안함에 늘 시선을 뗄 수 없다. 부모님을 모시고 담임교사, 교육복지사가 둘러앉아 외국어 소통이 가능한 지인의 도움을 받아 상담을 진행했다. 학생의 학교생활을 들은 부모님은 다소 충격을 받으셨고 가정에서 지도를 잘해보겠다고 하셨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런 경우, 학급 내 이 학생의 관리는 오로지 담임교사 몫이다. 교육복지사, 한국어 강사가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 학생이 있다고 모든 학급이 힘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문화 학생 구분이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담임교사 혼자 감당하기에 어려운 학생 수, 한국어 소통이 전혀 되지 않거나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 대한 지원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 우선 학교 내 학생맞춤통합지원협의를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담당자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학생의 상황에 맞춘 지원을 내실화하자. 둘째, 다문화멘토링을 다양화하자. 지금처럼 담임교사나 대학생을 활용한 일대일 멘토링도 좋지만 한국어가 전혀 안 되고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을 위해 최소 2~3개월 정도 학교생활을 밀착 지원할 수 있는 멘토 배치를 제안한다.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력 향상, 또래관계 증진 등 안정적인 학급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지역사회 상담 및 다문화 관련 기관 간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언어가 가능한 상담사 양성, 학생의 상황에 맞춘 상담사와 통역사 동시 지원이 필요하다. 학생의 언어로 어려움을 표현하고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다문화 학생 지원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 교육부에서의 다문화 학생 기준은 국제결혼자녀와 외국인가정 자녀, 기타 난민가정자녀로 구분된 반면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의 다문화가족은 결혼이민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을 의미한다. 종종 지역기관에 문의를 했을 때 '외국인가정이라서 어렵지만…'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막막하고 불편함을 겪었던 경험이 떠오른다.
실내화를 가져온 그 아이의 가족은 조만간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는 한국으로 돌아올 꿈을 꾼다. 한 학급 내에서의 아이들은 누구나 동등하며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꿈을 키워가며 함께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지선 중문초등학교 교육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