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어장 없는 어촌계 어업 면허권 놓고 '법적 분쟁'

마을어장 없는 어촌계 어업 면허권 놓고 '법적 분쟁'
월평어촌계, "마을 앞바다서 어업할 수 있게 해달라" 소송
도내 유일 마을어장 없는 어촌계, 앞바다는 옆마을서 어업
시 "강정어촌계서 어장 분할하거나 2034년까지 기다려야"
  • 입력 : 2023. 09.13(수) 16:38  수정 : 2023. 09. 14(목) 17:08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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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서귀포시 한 어촌계가 수십년 째 독점한 마을어장이 경쟁 어촌계의 등장으로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됐다. 마을어장은 마을 사람들이 해안과 가까운 일정한 수심 이내 수면을 전용하거나 배타적으로 이용하며 관리하는 어장을 뜻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귀포시 대천동 월평어촌계는 지난달 14일 서귀포시를 상대로 어업 면허 불허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월평어촌계는 지난 5월 서귀포시에 마을 앞바다에서 어업을 할 수 있게 허가해달라고 신청했지만 거부 당하자 법적 다툼에 뛰어들었다.

월평어촌계는 도내 어촌계 100여곳 중 유일하게 '마을어장'이 없는 어촌계다. 해안가에서 반경 1㎞ 이내에 형성된 월평마을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마을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앞바다에 대한 어업면허권은 인접 동네의 강정어촌계가 갖고 있다. 강정어촌계의 어업허가 면적은 376ha다.

어촌계가 없던 시절 어민들은 관례적으로 자기 마을 앞바다에서 조업을 했다. 그러나 1962년 수산업협동조합법이 개정돼 어촌계가 법률상 조직이 되고, 1975년 수산업법 개정으로 사실상 어촌계가 마을어장을 이용·관리할 배타적 권한을 갖게 되자, 이 때부터 각 마을마다 어촌계가 설립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월평마을이 어촌계를 만들지 않은 탓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앞바다 어업권도 인접 마을인 강정어촌계가 행사하고 있다.

마을어장 어업권을 둘러싼 월평마을의 법적 다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월평마을은 지난 2013년 서귀포시에 어촌계를 설립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어업면허를 부여 받은 마을어장이 없다는 이유로 반려되자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어 2016년 도내에서 처음으로 마을어장이 없는 월평어촌계가 탄생했다.

월평어촌계는 강정어촌계의 허가 기간이 오는 2024년 만료를 앞두자 설립 7년 만에 처음으로 어업 면허를 신청했지만 서귀포시는 새로운 어장이용개발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법상 허용되는 신청 기간이 아닌 점, 강정어촌계가 이미 배타적 권리를 행사하는 곳이어서 사용하려면 강정 측이 스스로 마을어장을 나누겠다는 '분할 신청'을 해야하는 점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산업법에 따라 관할관청은 어장이용개발계획을 심의해 10년 단위로 마을어장에 대한 어업 면허권을 부여하며 1회에 한해 허가권을 10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또 현행법상 최대 20년으로 설정된 허가권이 만료되도 경쟁어촌계가 없다면 기존 어촌계가 새로운 어업면허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마을어장을 또다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배타적 권리를 수십 년이고 행사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강정어촌계는 2024년 만료하는 허가권을 한차례 더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며 "만약 갱신이 이뤄지면 오는 2034년에야 해당 수면에 대한 새로운 어장이용개발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또 이 계획에 의해 새로운 어업 면허도 심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정어촌계는 월평어촌계에 마을어장을 분할할 의사가 없는 상태"라며 "따라서 월평어촌계가 어업면허 심의라도 받으려면 구조적으로는 203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재근 월평어촌계장은 "마을어장이 사유재산도 아닌데 빌려 사용하는 쪽이 분할 권한까지 행사하고 있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적으로 다퉈보겠다"고 전했다.

한편 도내에서 근 30년 사이 기존 어촌계가 신생 어촌계에 마을 어장을 분할해 준 적은 1994년 말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곽지마을이 어촌계를 설립하자 애월어촌계가 마을 어장을 나눠 준 적이 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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