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愛빠지다] (16) 탐나라공화국 강우현 대표

[2023 제주愛빠지다] (16) 탐나라공화국 강우현 대표
"상상 100% 실현" 그가 제주서 꾸는 또 다른 꿈 [제주愛]
  • 입력 : 2023. 09.14(목) 00:00  수정 : 2023. 09. 14(목) 16:47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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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라공화국 강우현 대표는 지역민과 여행자가 함께 가꾸는 곳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2009년 제주 땅 매입… 나무 하나 없는 황무지
재활용품으로 꾸미고 헌책 모아 축제도 열어
"사회적 약자들이 위안 찾을 수 있는 공간 꿈꿔"

[한라일보] "10년이면 강산도 바꿀 수 있다." 제주시 한림읍 탐나라공화국 출입국관리소(매표소)에서 방영되는 소개 영상은 이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상 국가'를 만들겠다며 제주로 이주해 탐나라공화국에 무한한 상상력을 불어넣은 지 어느덧 10년. 강우현(70) 탐나라공화국 대표는 "강산을 바꿀 만큼 꿈에 다가간 것 같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상상했던 것은 100% 실현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말을 빌리면 그는 '속아서' 제주에 왔다. 버려지는 은행잎을 한데 모아 '은행나무 길'을 만드는 등 남이섬에서 쓰레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실험으로 성공 신화를 쓴 그는 지난 2009년 덜컥 제주시 한림읍 땅 3만여평(지금의 탐나라공화국 부지)을 20여억원에 샀다. 그러나 제주에 와 땅을 직접 보니 '아차' 싶었다. 나무 하나 없는, 말 그대로 황무지였다.

강 대표는 땅을 되팔려고 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매달 꼬박꼬박 이자만 물었다. 그러다 한 중국 자본이 강 대표에게 땅을 사겠다며 매입 의사를 타진했다. 제시한 매입액이 원금과 이자를 뛰어넘어 강 대표에겐 남는 장사였지만 그는 팔지 않았다. 강 대표는 "이러다 제주가 중국 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럴 바엔 내가 하는게 낫겠다 싶어 제주로 왔다"고 말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언젠가 남이섬에서 떠나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도 그를 제주로 이끌었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무거나 해야지." 제주에서 실험은 그렇게 시작했다. 나무가 없으니 나무를 심고, 연못이 없으니 연못을 팠다. 주민들도 나무를 보탰다. 왜 주민들이 일면식도 없는 외지인에게 마음을 열었을까. 그는 그 비결을 이 말로 갈음했다. 강 대표는 "착공식 날 정치인도, 유력 인사도 아닌 딱 2명을 초대했는데 그 2명이 마을 이장과 청년회장이었다"며 "내겐 최고의 VIP 분들이었다"고 했다.

탐나라공화국은 대부분 재활용한 것들로 채워졌다. 매표소 천장 전등은 돼지 여물통을 재활용한 것이고, '하늘 등대'라고 이름 붙은 조형물은 망가진 풍력발전기로 만든 것이다. 전국에서 헌책을 모아 헌책도서관을 만들고, 축제를 연다. 헌책 축제를 즐기려면 헌책을 가지고 와야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강 대표는 탐나라공화국을 여행자가 함께 가꾸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지금까지 여행 트렌드가 여행객이 즐길 권리에 집중했다면 미래의 여행은 여행자가 스스로 여행지를 가꾸는 의무를 갖는 '바이오투어리즘'으로 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래서 제주 땅은 그가 꿈꾸기 좋은 곳이다. 주민들이 준 나무로 공화국을 가꾸고, 전국에서 기부한 헌책으로 축제를 열듯이 제주의 수눌음 정신을 잘 유지할 수 있다면 탐나라공화국처럼 함께 가꾸는 여행지는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여기서 공연을 하고 싶다고 찾아오면 무대를 그냥 빌려준다. 뭘 하고 싶다고 하면 그냥 하라고 한다"며 "기적의 모델이 또 나올 수 있지 않나. 상상 사업은 다음 세대가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 벌 생각도 없고, 탐나라공화국을 지역주민에게 고스란히 남겨두고 떠나겠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소망을 묻자 다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놓는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이상 세계를 만들어주고 싶다. 신체적으로 약한 어린이와 여성들이 교육적인 영감을 받는 곳, 젖은 낙엽처럼 시들어가는 노년 남성들이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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