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7) 큰노꼬메 입구∼주차장∼노꼬메둘레길∼어음천∼임도∼삼나무숲길∼임도∼숲길∼임도∼서귀포쓰레기처리장

[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7) 큰노꼬메 입구∼주차장∼노꼬메둘레길∼어음천∼임도∼삼나무숲길∼임도∼숲길∼임도∼서귀포쓰레기처리장
천연림과 삼나무숲이 끊임없이 이어진 숲길 따라 걷다
  • 입력 : 2023. 09.15(금)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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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오름들 드나들기 좋은 나들목
빨갛게 익는 으름난초 곳곳서 만나
꽃 모양이 독특한 누린내풀도 이채





[한라일보] 숲은 조릿대 바다 위에 떠 있다. 나는 그 물결을 가르며 나아간다. 구불구불 오름 자락을 벗어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키를 키운 조릿대가 사각거리는 숲에 들어선다. 숲은 조릿대 바다 위에 하염없이 떠 있다. 숲길을 가로지르면 눈을 감지 않아도 망망대해를 둥실 떠가는 조각배가 된다. 머리 위에서 부서져 내리는 하얀 햇살 가루에 눈이 부시다.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잠시 걸음을 멈춘다. 가로등 불빛 비추는 길모퉁이에 서 있는 듯 아득하다. 스치는 바람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다.

지난 8월 26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3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7차 행사는 큰노꼬메오름 입구에서 시작했다. 입구에서 주차장을 지나 노꼬메오름 둘레길을 따라 오름을 오르다 방향을 틀어 오름 기슭을 지나 어음천을 건너고 임도와 삼나무숲길에서 다시 임도를 지난다. 길은 임도와 삼나무숲길을 여러 번 거친 뒤 서귀포쓰레기처리장 인근에서 끝난다. 제주도 중산간을 남북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숲길과 임도, 여러 번의 하천 지류를 건너는 이번 투어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코스이다.

주차장 한편 너른 공터에 모인 참가자들은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푼다. 먼 길을 떠나기 전 몸을 푸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무 위로 올라서서 특이한 털복숭이 꽃을 달고 있는 박주가리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길잡이 박태석 씨는 오늘의 투어가 기대되는 표정이다. "오늘 코스는 한라산 서쪽 기슭의 여러 오름을 드나들 수 있는 나들목이 되는 코스입니다. 제주시 쪽에서 안천이오름, 검은들먹오름, 한대오름, 노로오름을 드나들 수 있고, 서귀포 쪽에서도 돌오름이나 한대오름을 드나들 수 있는 입구가 되는 길입니다. 이번 길은 여러 방향으로 오름을 오를 수 있는 입구와 출구가 될 것입니다." 설명하는 들뜬 목소리가 참가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으름난초

누린내풀

참여로

설렘이 실린 발걸음은 가볍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버티고 있는 철탑 사이로 큰노꼬메오름으로 향하는 길은 눈이 부시다. 노란 꽃을 하늘거리며 반기는 금불초 옆을 지나 매트 깔린 오름길을 들어서면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바라보는 작은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름을 벗어나 조릿대 가득한 숲으로 들어서 키 큰 나무들 사이 조릿대를 헤치며 지나면 어음천에 이른다. 경사가 있는 한라산 남쪽은 계곡이 깊은 하천이 많은데, 경사가 느린 서쪽의 하천들은 얕고 좁은 곳이 많다. 어음천도 가끔 넓은 소(沼)가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좁고 얕은 모양을 하고 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깔린 하천에 내려 주위의 풍광을 둘러보며 잠시 휴식을 한 뒤 다시 투어는 이어진다.

털사철란

무릇

비늘버섯

털이슬

혹쐐기풀

하천을 벗어나면 삼나무가 빼곡한 임도가 이어진다. 임도는 바리메오름 자락에서 안천이오름, 검은들먹오름, 한대오름을 돌아가며 만들어져 있다.

비가 온 뒤라 질퍽거리는 곳도 있고, 흙이 다 파여나가 자갈만 울퉁불퉁한 길도 있고, 송이가 깔려 있어 바드득거리는 길을 만나기도 한다. 길가에는 연분홍 꽃을 피운 무릇을 시작으로 갈색 꽃을 피운 참여로, 털이 온통 꽃 주위를 덮고 있는 털이슬을 비롯해 맥문동 등 다양한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 있다. 가을꽃인 추분취도 신이 났는지 덩달아 피어있다. 서어나무, 단풍나무, 사람주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가득한 숲 사이로 길은 계속 이어진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빨간 식물이 있다. 으름난초의 열매이다. 으름난초는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하여 보호할 정도로 드물게 보이는 꽃이다. 다른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여 자라는 난초로 6월에 꽃을 피워 빨갛게 익는 열매가 으름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도와 남해안에 드물게 자란다. 삼나무숲 안에는 털사철란도 하얀 꽃을 피웠다. 잣성따라 난 돌길을 따라 숲을 벗어날쯤 누린내풀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전체에서 누린내가 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꽃 모양이 독특하게 생겼는데, 수분곤충이 꽃에 앉으면 꽃술이 곤충의 등에 닿아 꽃가루를 붙일 수 있는 모양이다. 가끔 나타나는 작은 개울을 건너고, 불쑥 튀어나온 돌을 피하여 조릿대 길을 걷다 보면 새로 만들어진 넓은 임도를 만난다. 지워지는 발자국을 아쉬워하다 보니 어느덧 도착지에 이른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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