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정의 목요담론] 내가 살고 싶은 도시

[주현정의 목요담론] 내가 살고 싶은 도시
  • 입력 : 2023. 10.05(목)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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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분주한 삶의 호흡을 가다듬고 가족·친지를 만나 맛있는 음식도 먹고 휴식도 취하며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랜만에 가족들과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 입장료가 없고 관광객들이 덜 가는 곳을 찾느라 화순곶자왈, 동네 공원을 방문했다. 깨끗이 관리된 산책로, 가을을 일찍 맞이한 낙엽들, 입구에 고즈넉이 앉아있는 두 개의 나무 그네가 놓여진 화순곶자왈과 퀵보드를 마음껏 탈 수 있는 동네 공원을 보며 주변에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과 레저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내가 살고 싶은 도시, 앞으로 제주의 미래 모습이 어떨지에 대해 상상해 본다.

얼마 전 독일과 스위스에 가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자연을 잘 활용하고 보존하는 자연친화적이었다. 이들은 자연이 우리의 뿌리이자 미래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독일은 라인강을 중심으로 도시들이 발전하고, 자전거와 트램, 자동차들이 공존한다. 자전거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고, 트램은 자동차와 도로와 정류장을 공유해서 다닌다. 또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보증금을 지급하고 반납하면 환급해 주는 판트(pfand)라는 제도가 있는데, 보증금은 보통 0.25유로, 한화로 356원 정도 한다. 사용한 플라스틱병을 판트 기계에 반납하면 영수증이 나오고, 이것을 마트에 보여주면 현금으로 환급받거나 장을 본 금액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스위스도 다르지 않았다. 알프스 산과 그 밑에 에메랄드색의 아레강, 로이스강 등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했는데 기차, 트램, 자전거, 자동차 등이 공존한다. 공원이 잘 조성돼 있어 어린이집 아이들, 자전거 타는 어른들, 유모차와 자전거를 연결해 운동하러 공원에 온 부모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스위스는 집집마다 꽃 화분이 걸려있었는데, 정부에서 건물에 대한 규제가 심하고 상업지역일수록 미화 작업 등 더 까다롭다고 한다. 인상적인 것이 루체른은 제주와 유사한 관광도시인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나무 심기'라고 한다. 또한 루체른 구도심 한복판에 공공도서관이 있어서 시내에 나온 사람들이 들러서 마음껏 책을 읽고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아, 나도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로 돌아오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어떠한가? 라는 생각을 했다. 한 달에 공원이나 오름은 몇 번이나 갈까? 이렇게 좋은 환경이 있는데도 왜 활용하지 못할까? 걷고 싶은 도시, 살고 싶은 도시, 자연 친화적이고 꽃이 많고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그런 도시에 살고 싶다. 돈이 없어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안전한 공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있는 곳. 제주가 추구하는 미래가치는 '청정과 공존'인데 우리는 얼마나 이 말을 지키고 살고 있는가? 보존과 개발 속에서, 우리 제주만의 모습을 담고 지켜갔으면 좋겠다. 내년 추석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제주가 됐으면 좋겠다. <주현정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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