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길었던 추석 연휴를 틈타 마늘주산단지인 대정읍 지역을 두루 돌아다녔다. 대정읍 동쪽인 상모1리서부터 서쪽 종점인 신도3리까지 때로는 도보로, 때로는 자동차를 이용해 파종을 마친 마늘재배 현황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우려했던 것처럼 마늘재배면적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밭 하나에서 열까지 쭈욱 이어지던 마늘재배농지가 지금은 둘째, 셋째 밭을 건너면 마늘 대신 양배추나 브로콜리 또는 비트로 채워져 있었다. 결국 마늘재배면적 감소는 양배추 등 양채류 재배면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늘재배농가 인구고령화와 인력난 그리고 가파르게 상승하는 인건비가 주된 이유가 되겠지만 마늘에 비해 재배기간이 짧고 일손도 적게 드는 양채류 쪽으로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심히 걱정되는 부분은 필지가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던 월동채소류의 균형추인 마늘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 중후반에 걸쳐 대정, 안덕, 한경지역을 중심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마늘은 비교적 높은 수취가에 힘입어 그 재배면적을 넓혀가면서 이 지역 특화작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를 기점으로 성산, 구좌 등 동부지역은 당근과 월동무를, 한림과 애월지역은 양배추와 브로콜리를 비롯한 양채류가 그 지역 특화된 밭작물로 월동채소류 재배지도를 그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다른 작목과는 달리 파종에서 수확까지 전 공정을 사람 손에 의존해야 하는 마늘 특성상 일손 부족과 인건비 상승 등 생산원가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마늘농가들이 재배가 비교적 쉽고 재배기간 또한 짧은 양채류쪽으로 작목을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필지당 경지면적이 다른 지역에 비해 넓은 대정, 안덕, 한경에서 일부 농가가 재배가 손쉬운 양채류를 통해 얻어지는 소득이 마늘의 그것보다 크다는 것(매번 그렇지는 않음)을 증명했고 이를 지켜보던 다른 농가들도 마늘이 아닌 다른 작목으로 전환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양배추를 비롯한 월동채소류의 과잉생산을 불러왔고 급기야 산지폐기라는 아픔까지도 감수해야 했다. 이를 거의 매년 되풀이해 왔던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렇듯 양배추, 월동무, 양파 등 월동채소류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서라도 이미 균형추 역할을 해왔던 마늘에 대한 특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채소수급안정사업'이나 '제주농산물 가격안정관리제도'가 있기는 하나 마늘농가들 입장에서는 마땅치가 않다. 일부 마늘농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월동채소류 산지폐기 예산을 마늘재배장려금(가칭)으로 활용해 마늘시장 희망가격과 농가 희망가격이 반영된 산지계약단가와의 간극을 좁혀 나감으로써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마늘농사가 가능하도록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적정규모의 마늘재배면적이 자리를 잡을 때 비로소 마늘이 월동채소류의 균형추 역할을 하게 되고 이는 곧 월동채소류 등 다른 작목과의 상생과 공생이 가능해지리라고 본다. <김윤우 무릉외갓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