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계절근로 외국인 담당 공무원 눈앞서 도주

제주 계절근로 외국인 담당 공무원 눈앞서 도주
감시 소홀 틈타 인천공항서 사라져 3주째 행방 묘연
무단 이탈 방지 위한 공무원 인솔자 2명 도주 못막아
  • 입력 : 2023. 10.11(수) 17:31  수정 : 2023. 10. 12(목) 22:2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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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제주지역 한 감귤 농가에서 계절근로자로 일하던 외국인이 공무원 인솔 아래 본국으로 돌아가던 절차를 밟던 중 공항에서 도주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공무원이 인솔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출국 직전 도주한 것은 도내에서 처음 있는 일로, 계절근로자의 무단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입출국 시 지자체 공무원이 함께 이동하며 관리하도록 한 인솔 제도가 이번 사건에선 무용지물이었다.

11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문제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주 사건은 지난달 22일 발생했다.

베트남 국적의 20대 여성 A씨는 이날 오후 3시45분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절차를 밟던 중 공무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했다.

A씨는 도내 감귤 농가에서 일하던 외국인 계절근로자였다. 우리나라는 파종 또는 수확기 등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가를 위해 최대 8개월간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는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월3일 E-8(계절근로) 비자를 통해 국내로 입국해 그 다음날인 8월 4일부터 47일간 서귀포시 강정동 한 감귤 농가에서 일했다.

당초 A씨는 5개월 간 일하기로 돼 있었지만, 그는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지난 9월21일 근로 계약을 중도 해지했다. A씨와 같은 농가에서 일하던 동포 근로자 B씨도 이날 근로 계약을 해지했다.

A씨를 채용한 농가는 계절근로자 근로계약이 중도 해지되면 관할관청에 신고해야한다는 규정에 따라 그 즉시 이런 사실을 서귀포시에 알렸다. 다음날인 9월22일 오전 서귀포시 공무원 2명이 농가를 직접 찾아 A씨와 B씨를 데리고 제주·김포·인천공항으로 차례로 이동했다.

도주 사건은 항공권 발권과 수화물 위탁을 끝내고 출국장으로 가는 셔틀트레인을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당시 인솔 담당 공무원은 "셔틀트레인을 기다리던 중 B씨가 말을 걸어 번역기를 돌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 A씨가 사라졌다"며 "도주를 위해 A씨와 B씨가 서로 짠 것은 아닌지 의심되지만 현재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또 처음부터 무단 이탈을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했거나 근로 계약을 중도 해지한 것인지 등 구체적 도주 경위도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A씨가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인솔 공무원 2명 중 그 누구도 A씨 뒤를 쫓지 않았다. 인솔 공무원 2명 중 1명이 화장실을 간 사이 벌어진 일이고, 또 B씨의 항공기 탑승 시각이 임박해 A씨 뒤를 쫓는 것보단 B씨를 출국장으로 데려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인솔할 때 어떤 식으로 감시해야하는지, 도주 상황이 벌어졌을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솔 담당 공무원은 "법무부 규정에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입·출국할 때 공무원이 인솔해야 한다는 것만 있을뿐, 명확한 감시 방법이나 도주시 대처 방법, 외국인 1명당 인솔자 몇 명을 둬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매뉴얼은 없다"고 토로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도주 당일 신고를 받고 A씨를 추적하고 있지만 20일째 행방을 찾지 못했다.

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도내에서 공무원이 인솔하던 외국인이 사라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A씨를 중점관리대상(불법체류자)으로 지정해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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