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서귀포의료원 직원이 마약류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6일 서귀포보건소 등에 따르면 서귀포의료원은 지난달 25일 수면 내시경 검사와 수술 전 진정 목적으로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 2개 바이알(주사약이 들어 있는 용기)이 사라졌다며 보건소와 경찰에 각각 신고했다.
서귀포의료원은 미다졸람 재고 현황을 조사하던 중 실제 사용 수량과 보관 수량이 다른 정황을 포착하고 의약품 보관 창고 CC(폐쇄회로)TV를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원 측은 CCTV 분석 결과 약제과 직원인 50대 A씨가 근무날이던 지난달 24일 창고 내 마약류 의약품 보관 금고에서 미다졸람 2병을 꺼내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고 밝혔다.
박현수 서귀포의료원장은 "의사가 미다졸람을 처방한 적이 없는 날 A씨가 창고에서 해당 약제를 가져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혀 보건소와 경찰에 각각 신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신고 당일 의료원을 찾아 CCTV 영상을 확보한데 이어, 최근 A씨를 임의 동행해 조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으며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소변 검사에는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의료원 측 노조 조사에서도 결백을 주장했다.
의료원 노조 관계자는 "A씨가 약사 승인 없이 금고에서 약을 꺼낸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면서 "다만 A씨는 그날 각 병동에서 미다졸람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해 미리 약을 꺼내놓은 것일 뿐 개인적으로 가져간 것이 아니며 그날 해당 약제에 대한 의사 처방이 없자 약을 다시 금고에 넣어두고 퇴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A씨는 미다졸람을 포함해 3종의 의약품을 금고에서 꺼냈으며, 이 중 미다졸람을 제외한 나머지 2종은 각 병동에서 의사 처방 아래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과 별개로 서귀포의료원에서 지난 7월에도 마약류로 취급되는 의약품이 사라졌지만 의료원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6일 서귀포의료원을 상대로 한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현지홍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서귀포의료원에서 지난 7월에도 (마약 성분 진통제인) 펜타닐 1개와 미다졸람 1개가 사려져 원장에게 보고됐지만 박 원장이 해당 건을 보건소에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박 원장은 "7월에도 마약 성분이 의약품이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