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정의 목요담론] 지루함을 견디는 법

[주현정의 목요담론] 지루함을 견디는 법
  • 입력 : 2023. 11.16(목) 00:00  수정 : 2023. 11. 16(목) 14:17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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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요즘 TV에는 음식, 여행, 노래부르는 것 이 세 가지만 나오는 것 같아" 며칠 전 동료들과 점심을 먹는데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요새 방송에서는 먹방, 여행, 노래 경연 대회를 쉽게 볼 수 있다. 작년 공공도서관 대출 도서도 캠핑, 맛집 투어, 해외여행 등이 많았다고 한다. 아마도 코로나19에서 해방되어 다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고자 하는 욕구가 드러난 것 같다. 코로나19는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화를 가속화시켰다. 디지털 문명의 발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을 더 많은 쾌락과 자극으로 이끌었으며, 이러한 디지털 영상에 익숙해서 강렬한 자극에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뇌를 '팝콘브레인'이라고 한다.

버트러트 러셀의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에서는 우리가 불행한 이유 중 하나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행복한 삶을 위하여 지루함은 필수이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배워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공자, 코란, 막스의 자본론 등 모든 대작은 지루한 부분이 있으며, 위대한 사람들 역시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칸트는 집 밖에서 10마일 이상을 벗어난 적이 없고, 다윈은 세계를 탐험한 후 나머지 생은 집에서 보냈으며, 마르크스 역시 혁명 이후에는 대영박물관에서 보냈다고 한다. 즉, 어떠한 위대한 일도 지속적인 노력과 집중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저자는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은 어릴 때부터 습득되어야 한다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 여행 등 수동적인 자극을 과잉 제공할수록 아이들이 커서 생산적이고 단조로운 삶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된다고 했다. 저자는 "진정한 기쁨은 지루함에서 나오며,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어린아이는 주로 자신의 노력과 창조력에 의지해서 스스로 환경으로부터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단조롭고 지루하지만, 습관처럼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을 루틴이라고 한다. 아침 기상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 퇴근 후 운동하는 것, 주말 오전에 도서관에 가는 것, 출근 전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는 것,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 등 이러한 사소한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몸에 근육이 붙고 지식이 쌓이고, 아이들은 성장해 갈 것이다.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독서나 운동, 또는 평소에 배우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목표를 루틴을 정해서 매일 조금씩 반복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나 쾌락을 얻을 수 없겠지만, 지루함을 묵묵히 견딘다면 그 안에서 기쁨을 찾고 어느새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2023년도 저물고 있다. 곧 2024년 다이어리에 새해 목표와 다짐을 세울 때이다. 2024년에는 지루하지만 나에게 좋은 루틴 하나를 정해서 실행해 보면 어떨까.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단조로운 일상의 지루함 속에서 소소히 솟아나는 기쁨을 찾아보자. <주현정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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