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닥터헬기 떠돌이 생활…1년 중 절반 출동 불가

제주 닥터헬기 떠돌이 생활…1년 중 절반 출동 불가
격납고 없는 남원읍 수망리 임시 계류장서 이륙
비 올땐 비닐 덮어 기체 보호 태풍 땐 피항 떠나
악기상 잦아 올해 7월엔 31일 중 25일 이륙 불가
  • 입력 : 2023. 11.28(화) 17:39  수정 : 2023. 11. 30(목) 12:22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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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닥터헬기. 한라일보DB

[한라일보] 29일을 기해 일명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리는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헬기)가 제주에 도입된 지 1년을 맞았지만 전용 계류장과 격납고가 없어 '떠돌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임시 계류장으로 쓰는 중산간 일대는 강풍과 안개, 비날씨가 잦아 1년 중 절반 가량은 닥터헬기가 이륙할 수 없는 '출동 불가' 상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9일 제주에 배치된 닥터헬기는 한라산 중턱 해발 300m에 위치한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헬기 계류장을 임시 계류장으로 1년째 쓰고 있다.

닥터헬기는 도내에서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하면 이 곳에서 이륙해 제주한라병원 옥상에서 응급의학과 의사와 응급 구조사, 간호사 등을 태우고 환자가 있는 곳으로 출동한다. 이어 의료진은 의료장비를 갖춘 닥터헬기에 환자를 태워 응급처치하며 병원으로 이송한다.

원래 수망리 헬기 계류장은 산림청 산불진화 헬기가 이·착륙하던 곳이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출범한 제주산림항공관리소가 제주시 용강동 한라생태숲 인근에 계류장과 격납고를 마련해 보금자리를 옮기면서 빈 자리를 닥터헬기가 차지했다.

수망리 헬기 계류장은 허허벌판, 공터에 가깝다. 사방이 뻥 뚫려 있고 격납고가 없어 닥터헬기 정비팀과 조종사는 비가 올 때면 임시방편으로 비닐로 헬기를 덮어 보호한다. 태풍이 불어닥치거나, 폭설이 내리면 비닐로도 기체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닥터헬기는 산불진화 헬기 격납고가 있는 용강동으로 '피항'을 떠난다.

가장 큰 문제는 수망리 일대가 악천후에 놓이는 상황이 많아 정작 필요할 때 닥터헬기가 출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닥터헬기가 가동을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6일까지 354일간 남원읍 수망리 기상 악화 등을 이유로 이륙 자체가 불가능했던 날은 151일로, 비중으로 따지면 무려 45%에 달했다. 역대급 장마를 기록한 지난 7월에는 31일 중 80%에 해당하는 25일이 '출동 불가' 상태였다.

도 관계자는 "수망리 일대는 비바람 뿐만 아니라 안개가 자주 끼어 시야 확보가 어렵다보니 출동 불가 날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런 이유로 제주국제공항 소방헬기 격납고 바로 옆 2200㎡ 부지에 닥터헬기 전용 계류장·격납고를 마련할 예정이지만, 완공 시점은 일러도 내년 12월쯤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도의회 상임위가 격납고·전용 계류장 건립 예산 43억원 중 5억원을 삭감하면서 최종 예결위 심사에서 되살아나지 않으면 닥터헬기 전용 계류장과 격납고는 당초 계획한 규모보다 축소해 지어야 한다.

도 관계자는 "닥터헬기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전용 계류장과 격납고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루 빨리 계류장과 격납고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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