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귀포시청 먼나무 잊지는 말자

옛 서귀포시청 먼나무 잊지는 말자
4·3 당시 서귀면사무소로 2연대 1대대 본부 주둔
4·3 토벌 기념 식수… 2005년 제주도기념물 해제
"역설적으로 4·3 잔인성 전해… 작은 안내판 계획"
  • 입력 : 2023. 12.05(화) 18:38  수정 : 2023. 12. 06(수) 17:2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서귀면사무소가 있던 서귀포자치경찰대 건물 입구에 자라는 먼나무.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서귀포시 서귀동 옛 서귀면사무소에 심어진 먼나무. 서귀포면사무소에 이어 서귀포시청이 들어섰고 지금은 서귀포자치경찰대가 자리한 건물 입구 오른쪽에 자라고 있는 이 나무는 한때 '서귀포시 먼나무'란 명칭의 제주도기념물이었다. 2005년 도기념물에서 지정 해제된 이 나무 앞에 자그만 안내판을 세우려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4·3을 또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다.

제주도와 제주4·3연구소가 펴낸 '제주4·3유적 Ⅱ-서귀포시편' 개정증보판(2020)에 따르면 4·3 당시 서귀면사무소에는 2연대 1대대 본부가 주둔했다. 1대대 본부는 산남지방 토벌대의 지휘본부로 1949년 3월 이후 각 토벌대 주둔지로 귀순한 주민들 대부분이 그곳에서 취조를 받고 석방되거나 재판에 넘겨졌다.

'서귀포시 먼나무'의 옛 안내판에는 '이 나무는 한라산에 있었던 것을 1949년 4·3사건 당시 공비 토벌을 마친 기념으로 제2연대 병사가 주둔지인 이곳에 심은 것'이라고 적었다. 먼나무는 1971년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 도기념물로 지정됐지만 서귀포시에서 지정 해제를 요청했고 제주도문화재위원회는 제주4·3특별법 제정에 따른 4·3사건의 진상조사작업을 통해 역사적으로 재조명되면서 먼나무를 기념물로 지정한 이유가 맞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2005년 지정을 해제했다.

일각에서는 먼나무가 4·3과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도심의 4·3유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2005년 지방문화재 해제 때에도 제기됐던 의견으로 전해진다.

5일 제주도의 4·3유적지 종합 정비 계획 일환으로 먼나무가 있는 현장을 찾은 김창후 전 제주4·3연구소장은 "토벌을 기념해 자랑하듯 심었던 나무라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4·3의 잔인성, 피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며 "서귀포의 가로수로 붉은 열매가 달리는 먼나무가 많이 심어졌지만 이 나무는 역사적 의미가 있어서 토벌군부대 주둔 등 그 배경을 알리는 자그만 안내판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58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