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원도심 거닐며 미술 산책... 켜켜이 쌓아올린 시간·마음의 기록

제주시 원도심 거닐며 미술 산책... 켜켜이 쌓아올린 시간·마음의 기록
그림으로 제주 기록하는 작가 김만중 첫 번째 전시
현초인 작가, 부모님에 대한 마음 시각화해 선봬
  • 입력 : 2023. 12.13(수) 00:00  수정 : 2023. 12. 13(수) 11:13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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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중 작 '소길리 풍경'

[한라일보]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창작공간 낭썹과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에서 잇따라 새 전시가 열린다.

▶'버린다고 사라지는 것일까'=귤이 커지고 무겁기 시작할 무렵, 열매 무게에 나뭇가지가 부러지지 않도록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하우스 천장의 철골 구조물에 과수유인끈으로 귤 하나하나를 이어 매단다. 과수유인끈은 수확철이 되면 쓸모를 다해 버려지는데, 그 모습을 보고 "부모님의 세월과 마음까지 버려졌다"고 느낀 작가는 한번 사용되고 버려진 과수유인끈을 주요 소재로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담아 작품화했다. 그 과정에서 자투리는 남겨졌고, 자투리까지 작품으로 담아낼 수 없을 때, 작가는 제 손으로 부모님의 마음을 버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이어진 고민 끝에 찾은 나름의 답은 "물질적인 것이 버려졌다고 그 마음마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이었다.

"나의 작품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그 순간이 기억될 수 있는 울림으로 다가가 비물질적인 가치가 전달되기를 바란다"는 현초인 작가가 선보이는 '버린다고 사라지는 것일까' 개인전은 이달 18일까지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제주시 관덕로 3길 15)에서 열린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는데, 방문 전 사전예약해야 한다.

▶'길 위에서 시간을 담다'=창작공간 낭썹(제주시 관덕로 6길 11 2층)이 신진작가 전시 일환으로 이달 15일부터 선보이는 '길 위에서 시간을 담다'전은 그림으로 제주의 시간을 기록하는 어반 스케처(urban sketcher) 김만중 작가의 첫 번째 전시다. 김만중 작가는 평범한 직장인이면서 어반 스케치 동호회 활동을 하며 꾸준히 제주의 풍경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다.

전시는 '마을의 시간', '교회의 시간', '가족의 시간' 등 세 가지 테마로 짜여졌다.

창작공간 낭썹은 "그야말로 '생활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제주 곳곳의 오래된 아름다움,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건축물과 구조물, 그 속의 사소하지만 독특한 디테일, 딱 그때가 아니면 다시 없을지도 모를 가족들과의 일상…. 김만중 작가의 그림들에는 그가 지키고 싶은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지면서,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면서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제주의 풍경들을 김만중 작가의 시선을 통해 다시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이달 30일까지 이어지며 월요일은 쉰다. 관람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가능하다. 16일 오후 2시엔 오프닝 공연과 행사가 예정돼 있다. 오은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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