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 어떻게 키웠냐고요?" [가치육아]

"세 아이, 어떻게 키웠냐고요?" [가치육아]
[가치 육아 - 이럴 땐]
(26) '육아멘토'의 세 아이 육아법 (상)
"아이 키운다는 것 자체가 멋진 삶"
새해에도 부모로 살아갈 모두 위해
'가치육아' 멘토가 들려주는 이야기
  • 입력 : 2023. 12.28(목) 13:49  수정 : 2024. 01. 01(월) 11:02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아니, 언제 이렇게 컸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무심코 내뱉게 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올 한 해도 우리 아이는 언제, 어떻게 컸는지 모르게 한 뼘 더 자랐고, 아이와 함께 엄마 아빠도 부모로서의 1년을 더 쌓았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 자체가 멋진 삶이에요." '가치육아- 이럴 땐'의 육아멘토인 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 역시 '워킹맘'으로 세 아이를 키운 엄마입니다. 연말연시를 맞아 2회에 걸쳐 멘토의 육아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새해에도 엄마, 아빠로 살아갈 모두를 위한 조언이자 따뜻한 격려입니다.

|다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 "믿어줬어요"

안녕하세요. 오명녀 센터장입니다. 쑥스럽지만 이번엔 제가 아이들을 키웠던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저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올해로 아이들은 33살, 31살, 27살이 됐습니다. 저희 아이들을 아는 분들은 저에게 많이 묻습니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아이들이) 잘 놀았어요' 정도 밖에 대답을 못합니다. 사실 정말 그랬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아이가 세상에 나올 때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난다고 여깁니다. 어릴 때부터 가르치려 하지 않고, 아이를 믿고 따라갈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태어난 것을 어른들이 뽑아내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가장 좋은 육아는 아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오 센터장은 말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항상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육아는 '말'로 하는 게 아닙니다. '눈'으로 하는 것이지요. 아이가 태어나서 1년은 깨어있을 때 눈을 맞춰주는 게 발달에 굉장한 자극이 됩니다. 그래서 저 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아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첫 아이를 낳고 돌보다 출산 3개월 만에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그때 제 아이를 돌봐준 것은 바로 옆에 살던 시어머니였습니다. 그때 제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출근하기 전에 남편과 아이를 깨끗이 씻기고, 간단히 집안일을 하는 거였습니다.

제 목표는 긍정성을 쌓는 거였습니다. 아이를 돌봐주는 어머니가 이런저런 걱정 없이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말입니다. '가장 좋은 육아'는 어른들이 아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것을 정서적으로 지켜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다 가지고 태어났으니, 우리는 그것을 지켜주기만 하면 됩니다. 걷거나 뛰다가 넘어져도 야단치는 게 아니라 지지해주려 하고요. 그러면 아이가 실수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겁니다.

자연 속에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놀이가 가능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자연은 최고의 놀이터… "신나게 놀았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주말만 되면 놀러 나갔습니다. 가장 많이 간 곳은 숲과 같은 '자연 놀이터'였습니다. 놀이기구가 있거나 한 곳은 커서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우리가 사는 제주 안에서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토요일이 되면 김밥만 싸고, 별거 없이 숲을 찾았습니다.

지금 떠올려 보면 우습기도 한데, 작은 아이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휴가 때에는 '산'에서 살았습니다. 관음사 아영장은 저희 가족의 터전 같은 곳입니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남편과 시기를 맞춰 텐트를 가지고 가서 일주일 이상을 지냈습니다. 휴가를 못 맞출 때는 캠핑장에서 출퇴근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원칙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간에는 아이들의 학습지도, 학원도 쉬었습니다. 보고 싶은 책과 놀이할 보드게임, 공, 야구 방망이 같은 것만 챙겨 가서 실컷 놀았습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곳이 아닌, 자연 속이었기에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놀이가 가능했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는 데는 남편의 역할이 컸습니다. 아이와 정말 잘 놀아줬습니다. 여자와 남자, 성별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아닌 아빠만이 가진 특성이 있습니다. 아빠로부터 지지를 받은 아이들은 굉장히 자기 주도성이 있고, 뭔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게 됩니다. 말투와 억양, 목소리 자체에서도 아이들에게 주는 에너지가 다릅니다.

저희 아이들은 아빠가 퇴근하는 걸 문 앞에 서서 기다렸습니다. 큰아이는 아빠의 손을 잡고 문구사에 가는 걸 좋아했고, 둘째와 셋째는 공놀이를 하다가 아빠가 오면 같이 공을 차거나 자전거를 타는 게 목표였습니다. 주말이면 아빠가 운동하러 가는 것을 함께 따라가기도 하고요.

남편도 처음부터 좋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운동을 워낙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런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아이들과 놀다 보니 그 시간이 재밌어진 겁니다. 조금 더 크면 아이들이 아빠를 재미있게 해 줍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배우고, 아빠에게는 아이들이 남는 겁니다. 취재·정리=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가치육아-이럴 땐' 26회는 '육아 멘토' 오명녀 센터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50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