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육아 - 이럴 땐] (42) 에필로그
가치육아 2022년부터 2년 넘게 육아 고민 나눠
'위기 신호' 터놓고 얘기하며 해결 지점도 공유
"완벽한 부모 돼야?… 변화는 노력에서 시작돼"
입력 : 2024. 12.27(금) 03:30 수정 : 2024. 12. 29(일) 17:22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한라일보] '모두 같이 행복한 육아의 길을 찾자'. 2022년 7월 '가치육아 - 이럴 땐'의 첫 시작에 놓인 말입니다. 제주 역시 피하지 못한 저출생의 현실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여러 가지 부담 중에 '육아 고민'을 나눠 보자는 게 출발이었습니다.
그 시작부터 지난 2년여간 40여 회의 이야기에는 숱한 고민이 담겼습니다. 한 아이를 넘어 형제자매, 부부 사이까지 온 가족 안에 걸쳐 있는 '위기 신호'가 감지되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그 뒤에는 항상 더 나은 육아를 고민하는 부모가 있었다는 겁니다.
때론 후회하고 자책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공유해 온 경험은 '육아의 가치'를 더하게 했습니다. 그동안 '육아 멘토'를 맡아온 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의 말을 빌려 모두에게 감사와 응원을 전합니다.
l 아이보다 중요한 건 부모 자신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에겐 '막중한 부담' 같은 게 주어집니다. '아이를 잘 돌봐야 한다',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줘야 한다'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은 엄마 아빠를 지치고 힘들게 하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신'입니다. 나는 안정적인 돌봄을 받았었는지, 지금 나는 괜찮은지에 대한 물음이 함께 가야 합니다.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도 더 잘하려고 애쓰다 보면 아이도 부모도 힘들고 부부간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센터에서 양육 상담을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아이에 대한 얘기가 아닙니다. 부부가 괜찮은지를 물어보는 겁니다. 아이와의 관계만이 아니라 부부간의 애착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부부 관계가 현재 안정적인지, 아니면 서로 멀어지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그다음으로 나아갑니다.
대체적으로 부부 관계가 괜찮아야 아이도 괜찮습니다. 부부의 삶을 보면 아이가 보입니다. 그러니 아이와의 관계만 우선 두는 게 아니라, 아이를 함께 돌보는 가족과의 관계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등 아이를 같이 키우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편안해야 아이도 편안하게 큽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돌도 함부로 차면 안 된다'고 말이지요. 저는 이 말이, 부모라는 존재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잘 살아가야 한다'는 뜻으로 읽습니다. 굳이 아이한테 잘하려 하지 않아도, 내가 잘 살고 있으면 아이도 절로 그렇게 이끌 수 있을 겁니다.
l 가족의 변화도 부모로부터
살면서 힘든 일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려움이 왔을 때 그것을 자연스럽게 헤쳐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 힘은 가족 안에 '긍정성'을 많이 쌓는 데서 얻을 수 있습니다.
똑같은 하루에도 매일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밥상을 차릴 때 작은 일이라도 먼저 돕고, 서로가 함께 미소 짓고 웃는 일이 자연스러워야 긍정성이 쌓입니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서도 긍정성이 쌓여있어야 문제를 바로 알아차리고 해결하고 관리하며 '높은 회복 탄력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말'은 중요합니다. 서로의 행동을 지적하기보다 서로를 존중하며 '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성을 쌓아주는 겁니다. 편안함, 안정감이 머무는 집에선 부모 자신도 편안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차리고 계속 공부하고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부모는 상당히 많습니다. 부모의 말과 행동, 표정이 아이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아차리고 노력하는 부모야말로 훌륭한 부모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부모의 노력을 아이들도 다 압니다.
아이나 가족의 문제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 알아차리는 것 자체가 시작입니다. 거기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됩니다. 상처는 흔적을 남기지만 상처에 대한 인식은 바뀔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부모로부터 시작됩니다. 함께 웃고 함께 행복한 육아가 되길 바랍니다. 상담=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지난 2년여간 이어진 '가치육아 - 이럴 땐' 뒤에는 항상 더 나은 육아를 고민하는 부모들이 있었습니다. 함께해 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한라일보 온라인 뉴스에선 지금까지 연재됐던 가치육아의 모든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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