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육아 - 이럴 땐] (40) 진짜 '독립성' 기르기
뭐든 같이 하자는 7살, 발달 단계 맞춰 이해를
지나치게 독립 강조하는 것은 되레 무거운 짐
자신이 성장하는 기쁨·즐거움 알아야 삶 기대
입력 : 2024. 10.24(목) 15:41 수정 : 2024. 10. 26(토) 18:57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예비 초등학생인 7살쯤 되면 자연히 주도적이게 되고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자 합니다. 부모에게 뭐든 같이 하자는 것도 이러한 발달 단계의 하나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한라일보] 내년이면 학교에 들어가는 7살인데도 뭐든 같이 하자는 아이. 화장실을 갈 때도 꼭 함께 가려는 아이를 보며 부모는 걱정이 듭니다.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독립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맘때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이해한다면 고민이나 걱정이 아닌, 또 다른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지지 받고 싶은 '7살'
아이가 7살쯤 되면 자연스레 주도적이게 됩니다. 뭔가 하나를 하더라도 주도적으로 앞장서고 싶어집니다. 줄을 설 때도 맨 앞에 서길 원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장 돋보이길 바라지요. 아이들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이런 특성이 나타나는 시기입니다.
그렇다 보니 무언가를 할 때도 누군가 나를 지지해 주길 바랍니다. 모두가 자신을 따라 주기를 원하기도 하고요. 이 시기에 엄마 아빠에게 뭐든 같이 하자는 것도 잘한다는 격려를 받고 싶은 기대감이 없지 않습니다.
화장실처럼 어디든 같이 가자는 것도 그렇습니다. 물론 불안 차원에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정상적인 발달 차원에서 본다면 결코 문제는 아닙니다. 그냥 함께하자는 거지요. 엄마 아빠랑 같이 있는 게 편하고 좋다는 겁니다. 그러니 협의하고 논의하면서 소통하는 관계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힘의 크기를 같게 하면서 말이지요.
이런 발달 과정과는 별개로 아이가 자꾸 화장실에 같이 가자고 한다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부모한테 보내는 일종의 '신호' 같은 거니까요. 그러니 그 이유를 아이와 나눠봐야 합니다. 엄마랑 같이 갈 때, 그리고 혼자 갈 때는 어떤가 하고 말이죠. 아이가 심리적으로 걱정되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는 겁니다. 아이와 조율하며 불안이나 걱정을 덜 수 있는 방안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아이의 '지금'을 인정해주세요"
아이는 독립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말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예전엔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우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독립성을 강조하다 보면 아이에겐 '짐'을 지울 수 있습니다.
저 혼자 잘한 일에만 칭찬을 하면 아이의 어깨는 더 무거워집니다. 다 자라서 20~30대, 성인이 돼 '난 내가 알아서 컸어', '아무도 안 도와줬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필요할 때는 도움도 요청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럴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겁니다.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운다기보다 '그 시기에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게 하자'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물을 따라서 마실 수 있는 아이에게 "혼자 물을 따를 수 있게 됐구나. 이렇게 컸네"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네가 알아서 마셔야지", "이제 네가 할 수 있잖아"처럼 지나치게 독립적이길 요구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미세하게 '단절'을 경험하게 합니다. 그러니 아이의 하나하나를 인정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무언가를 할 때 "네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거야?"라고 말이죠. 그랬을 때 "나는 ○○을 혼자 할 수 있어"라고 하면 격려해 주는 겁니다. "와 지난번에는 이만큼을 했는데, 이제는 그보다 더 할 수 있게 됐네" 하고 말이지요. 혼자서는 못하겠다고 할 때도 "그것도 못해?"가 아니라 "어느 만큼 도와주면 네가 할 수 있을까"라면서 여지를 남겨주고요. 이렇게 하면 아이는 자신이 성장하는 기쁨, 즐거움을 알게 되고 삶에 대한 기대도 갖게 됩니다. 상담=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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