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쉰들러' 문형순 서장 58년 만에 국가유공자 인정

'제주판 쉰들러' 문형순 서장 58년 만에 국가유공자 인정
전 모슬포경찰서장으로 제주민 수백 명 목숨 구한 '4.3의인'
국가보훈부, 참전유공 결정..경찰청 "국립묘지 안장 추진"
  • 입력 : 2024. 01.03(수) 17:23  수정 : 2024. 01. 04(목) 11:21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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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순 전 제주도 성산포경찰서장

[한라일보] 제주4·3 당시 부당한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양민을 살려 '제주판 쉰들러'로 불리는 고(故) 문형순 전 제주도 성산포경찰서장이 세상을 떠난지 58년 만에 국가유공자로 인정 받았다.

3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가보훈부는 문형순(1897~1966) 전 서장(경감)을 참전유공자로 결정했다.

문 전 서장은 신흥무관학교(만주의 독립군 양성학교)를 졸업한 뒤, 1920년대 만주에서 항일운동했다. 1930년대에는 중국 허베이에서 지하공작대로, 1945년에는 임시정부 광복군으로 활약했다. 광복 이후에 경찰에 투신해 제주청 기동경비대장, 제주 성산포경찰서장, 경남 함안경찰서장 등을 지냈다. 1953년 제주청 보안과 방호계장을 끝으로 퇴직한 문 전 서장은 1966년 6월 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문 전 서장은 4·3당시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무고한 양민들의 목숨을 구해 유대인 학살을 막았던 오스카 쉰들러에 비유됐다.

그는 1948년 11월 제주 전역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12월 군경 토벌 작전이 시작되자, 좌익 혐의를 받던 모슬포 주민 100여 명을 자수시킨 뒤 방면해 목숨을 구했다.

또 6·25전쟁 당시에는 예비검속(좌익 가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리 검거해 구속하는 조치) 대상자를 총살하라는 계엄군의 명령이 내려오자 "부당함으로 불이행"한다며 명령서를 돌려보내 295명의 생명을 지켰다.

그동안 경찰은 문 전 서장의 독립운동 역사자료를 발굴해 독립유공자 심사를 국가보훈부에 6차례에 걸쳐 요청했으나 입증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독립유공자로서는 서훈을 받지 못했다.

이후 경찰은 문 전 서장이 한국전쟁 당시 경찰관으로 '지리산전투사령부'에 근무한 이력을 확인하고 독립유공이 아닌 참전유공으로 국가보훈부에 서훈을 요청해 마침채 국가유공자 결정을 이끌어냈다. 경찰은 문 전 서장이 참전유공자로 등록됨에 따라 제주호국원에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하는 등 예우를 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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