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육아 - 이럴 땐]
(27) '육아멘토'의 세 아이 육아법 (하)
잔뜩 어질러진 집에 스트레스
방 하나를 아이들 놀이방으로
선택과 책임 가르치는 방법은
뭐든지 강제하지 않고 협의를
입력 : 2024. 01.11(목) 13:13 수정 : 2024. 01. 15(월) 16:40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라일보 '가치육아'의 육아멘토인 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이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있다. 사진=신비비안나 기자
[한라일보] "저도 화가 안 나진 않았죠." '가치 육아'의 육아 멘토인 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이 말했다. 아이를 키우며 '화를 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면서도 자신만의 조율 방법을 꺼내놨다. 아이를 키우며 때때로 맞닥뜨리는 위기를 그는 어떻게 넘겼을까. 지난 회에 이어 멘토의 세 아이 육아법을 담았다.
|"화날 땐? 조율하는 법 찾았어요"
이제는 다 큰 아이들은 '엄마가 화를 안 냈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제 기억에는 저 역시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스트레스가 가장 컸던 것은 '정리 정돈'이었습니다. 정리를 잘한다는 것은 장점이면서도 단점이기도 했습니다. 무조건 깔끔한 것이 아이들에게 좋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놀면서 몸과 마음을 키웁니다. 그런 만큼 놀이는 재밌고, 자유롭고, 주도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정리된 환경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정해진 공간에서 해야 하는 놀이는 몰입을 어렵게 합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놀이 속에서 문제 해결, 주도적 행동, 감정 해소 등을 하기에도 한계가 있고요. 이를 알고는 있었지만, 정리가 되지 않고 여기저기 어질러진 집을 보면 화가 올라왔습니다.
그때 제가 찾은 방법은 우리 집의 가장 큰 방 하나를 아이들의 '놀이방'으로 만드는 거였습니다. 그리곤 아이들에게도 "놀이는 여기에서 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안에서만큼은 뒤죽박죽 엉망이 돼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청소도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날을 정해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그게 제 스스로의 감정을 조율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만의 생각, 방식대로 가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몇 살 때부터 무얼 시작해야 한다더라'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 아이도 그래야 할 것 같아 흔들리기도 하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에도 아이에게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해 볼래?"라고 말했습니다. 항상 모든 일이 올 때면 서로 타협하고 협의하려 했습니다.
큰아이는 초등학교 때 본인이 원해서 학습지를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이 오는 시간은 아이가 정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지만 직접 선생님과 통화하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 번은 선생님이 아이가 '요 며칠 학습지를 안 했다'고 말해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선생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아이와 (직접) 이야기하셔도 괜찮습니다." 아이에게 '너 왜 학습지 안 했어?'라고 묻지 않았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 스스로의 선택이기에 책임지길 바라기도 했습니다.
아이 발달에 있어 부모의 역할에 대해 학자 칼린스키가 말했습니다. 영아기에는 애착과 긍정적 사랑의 양육을 하고, 유아기가 되면 훈육과 가르쳐야 합니다. 초등 시기에는 선택과 책임을, 청소년기가 되면 여기에 더해 정체성까지 확립되도록 부모가 역할을 해야 하고요. 무언가를 결정할 때마다 아이와 함께했던 것은 세 아이에게도 선택과 책임을 알게 했습니다.
오명녀 센터장은 아이가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말로 관계를 깨지 않으려고 노력 했어요"
아이를 키울 때 원칙 중 하나가 아이들 앞에서 남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였습니다. 형제는 물론 시댁, 사촌 등 가족 얘기도 말입니다. 어른들에게 "너네 할머니가~"라며 좋지 않은 말을 들은 아이들은 혼란스럽습니다.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도 하고요.
아이와 주변 관계를 좋고 나쁘게 하는 것이 '부모의 말'입니다. 부모가 안 좋게 말한 사람과는 아이들도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합니다. 선입견과 편견을 갖게 되기 때문이지요. 다른 사람을 흉보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지금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아쉬움 남는 것은…"
제게도 아쉬움이 남는 게 육아입니다. 이렇게 말로 얘기하면 아이를 정말 잘 키우고 최선을 다한 것 같지만, 저도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바쁘게 일을 하고, 집안 살림을 하다 보니 아이를 정서적으로 따뜻하게 돌봐주는 걸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엄마, 같이 가줘", "같이 해줘"라고 말할 때 "안 돼. 엄마가 지금은 힘들어서 쉬고 싶어"라며 함께해 주지 못한 것은 지금도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 강해,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예 하지 않았기도 했습니다.
저부터가 힘을 많이 가져야 했습니다. 지금도 양육 상담을 할 때 아이 먼저 보지 말고 부모 자신부터 돌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부모가 잠깐이라도 짬을 내 차를 마시거나 스스로를 알아차리고 위하며 괜찮아야, 아이에게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이게 맞다고 해도, 돌이켜보면 아이들이 같이 하고 싶은 것을 더 함께 해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있습니다.
한복을 입은 가족.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새해에는 더 행복하세요"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 자체가 멋진 삶입니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잘하고 있어도, 지금은 힘들게만 느껴져 펑펑 쏟아지고 있는 행복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새해에는 놓치지 말고 느껴봤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미소 지을 때나 웃을 때, 같이 웃어보세요. 한 다섯 번만 이렇게 웃는 경험을 해도 풍족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물론, 엄마 아빠도 서로서로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아무에게나 불릴 수 없는 이름입니다. 그게 바로 세상에 태어난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요. 요즘 시대에는 어쩌면 세상에 기여하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가치육아-이럴 땐' 27회는 오명녀 센터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가치육아 - 이럴 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